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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품고 나아가는 것…40대에 꼭 필요한 성장"

■'사라진 것들' 저자 앤드류 포터

젊음 등 20대와 다르단 사실

회피보단 당당히 직면했으면

여러 인물 등장 단편들 수록

26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앤드류 포터 소설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26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앤드류 포터 소설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






“과거 기억에 사로잡힌 이들이 상실과 사라짐을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40대에 필요한 성장입니다.”

‘작가들의 작가’로 꼽히는 단편소설 대가 앤드류 포터(52)가 올 초 두 번째 단편 소설집 ‘사라진 것들’을 내면서 최근 한국을 찾았다. 포터 작가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0대는 더 이상 내가 젊지 않고 스스로가 20대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됐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라며 “이 때 저마다 어떤 종류의 상실감을 겪는데 이를 회피하고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느냐,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15년 만의 두 번째 단편인 만큼 작가의 40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20대 후반 내내 쓴 단편들을 모아 낸 첫 단편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2008년)’의 표제작에서 다룬 대학생 헤더와 물리학 교수 로버트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기억과 섬세한 감정은 그 시기였기에 쓸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는 “그 사이 두 아이가 생겼고 육아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내가 많이 바뀌었다. 한 동안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라 글을 쓰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며 “어느 순간 40대의 상실의 기억들이 모아져 안식년을 맞은 시기에 ‘수문’이 개방되듯 폭발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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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에 수록된 단편 ‘라인벡’에서는 이십대부터 늘 함께였기 때문에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의 상실을 경험한다. 또 다른 단편 ‘첼로’에서는 수전증으로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 아내가 자신의 진짜 자아 역시 잃었다고 생각하면서 남편 역시 아내와의 관계가 차단된다. 상실의 위기는 전방위적으로 찾아오지만 후반부의 작품인 ‘히메나’, ‘사라진 것들’에서는 이 상실들을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이 그려진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도 이를 느꼈으면 했다”고 전했다.

첫 단편집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어떻게 단편들을 연결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골몰한 점이었다. 그는 “첫 단편집에서는 최고의 이야기를 써내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관통하는 흐름에 집중했다”며 “40대 화자들,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상실에 대해서는 거리 유지를 위해 상실을 겪는 인물을 옆에 둔 이들을 화자로 뒀다. 그는 “우리 모두는 결국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진실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욱기자/권욱기자


첫 단편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국내에서만 출간 이후 22쇄를 찍어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한국 독자들은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부분과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줬다”며 “특히 캐릭터의 감정에 깊게 몰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등단과 동시에 최고 권위 상인 플래너리 오코너상의 단편 부문을 수상했고 단편과 장편을 번갈아 내며 순항 중이지만 그에게는 절필 위기도 있었다. 집에 도둑이 침입해 첫 소설집의 원고 파일이 담긴 컴퓨터를 가져가 버렸다. 이후 2년 간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 인생에 처음 경험한 좌절이었다”며 “원고를 도둑 맞지 않았다면 소설가가 절실하게 되고 싶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고 ‘빛과 물질의 이론’이라는 데뷔작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어느 시기에나 성장은 필요하다”고 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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