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20년 넘은 낡은 상속 세제, 국제 수준에 맞게 수술할 때다


7월 말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상속세 개편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개편이 가장 시급한 세제로 상속세를 지목하고 “다른 나라보다 부담이 높은 데다 현행 제도가 20년 이상 변하지 않아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상속세 완화 방침을 공식화한 뒤 정부와 재계·학계에서는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낡은 상속세 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60%(대주주 할증 포함)에서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대폭 인하론’을 띄우자 이날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는 기업에 한해서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인 13%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오랜 기간 억눌린 상속 세제가 합당한 기업 승계나 주가 상승을 방해한다며 개편론에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 상속 세제는 2000년에 최고세율을 인상한 뒤로 바뀌지 않고 있다. 그 뒤로 경제 규모가 세 배가량 불어나고 자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과세 표준이나 세율은 24년 전 그대로다.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과세 방식은 74년간이나 유지돼왔다. 그러니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더라도 상속세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가혹한 징벌적 상속세를 피하느라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하거나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세금 부담 때문에 기업 가치가 오르는 것도 꺼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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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을 초래하고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을 짓누르는 시대착오적인 상속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수술해야 할 때다. 그래야 기업 경영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과도한 세율을 낮추고 과표 구간, 공제 기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각계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정부는 세수 감소를 상쇄할 보완책을 담은 정교한 상속세 개편안을 마련하고 국회가 조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해묵은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벗어나 종부세·법인세 등도 국제 수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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