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네타냐후의 가자 해법은 틀렸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스라엘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고위 장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주말 정례 안보 회의에서 이스라엘방위군 참모총장인 헤르지 할레비 중장이 전략 부재를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스라엘군이 1월 이미 평정한 가자 북부 지역에 재진입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곳에 비하마스계 팔레스타인 정부를 세우지 않는 한 IDF는 이런 식의 작전을 끝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할레비 참모총장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하마스 이후의 전후 계획은 오직 하마스를 대체할 팔레스타인 집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자신은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시에 총리를 겨냥한 이례적인 비난 의견이 정부 내에서 분출되는 것은 미국 관리들이 수개월에 걸쳐 제기했던 경고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안정적 통치를 위한 전략이 없다면 과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그랬듯 이스라엘 역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속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워싱턴 측이 전달한 일관된 경고였다.



이 같은 상황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 이스라엘군은 재집결한 하마스 잔당 소탕을 위해 자발리아에 재진입해야 했고 자이툰에는 세 번째 진입했다. 최근 문제가 된 이스라엘군의 알시파병원 공격도 이번으로 두 번째다. 이들은 모두 개전 초반에 거둔 성공적인 군사작전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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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거 미국의 성공적인 게릴라전과는 반대로 진행 중인 이스라엘군의 게릴라전과 관계가 있다. 기억에 남는 미군의 게릴라전으로는 2007년 이라크에서 펼친 단기 증파 작전을 들 수 있다. 이 전략은 민간인 인구를 보호하고 반란 분자들을 고립시켜 소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반란의 모집단인 수니파의 지도자들과 공동 작업을 벌여 상호 신뢰를 구축했고 수니파 인사들을 정부의 요직에 앉힘으로써 반란 세력과 민병대를 고립시켰다. 이후 비로소 그는 이라크 민병대를 향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했다. 퍼트레이어스의 전략은 이스라엘의 전략과 거의 정반대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을 총동원해 하마스를 추적하고 섬멸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 따위는 아예 하지 않았다.

전후 계획을 제시하고 군사전략을 바꾸라는 요구에 네타냐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군사적 승리 이외의 대안은 없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완전한 승리를 얻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말하는 완전한 승리는 하마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거나 하마스를 완전히 섬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초반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의 전략에 하자가 있다고 믿었다.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신뢰할 수 있고 적법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 전략 없이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하마스를 제외한 가자지구의 재건과 통치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 국가 그룹과 논의를 시작하기 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이 같은 계획을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네타냐후가 전후 계획에 관해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전쟁 이후 자신의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이스라엘인은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공격으로 이어진 일련의 실패한 정책에 대해 그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면 네타냐후는 거의 틀림없이 총리직을 잃을 것이고, 이 경우 10월 7일 하마스 공격으로 이어진 안보 실책의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은 물론 재임 중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 처리에 직면할 수 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항복을 고집하며 현재의 군사적 해법을 고집하는 한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사안들은 일단 뒤로 미뤄진다. 물론 하마스의 항복을 받아낼 가능성은 없지만 이를 빌미로 무한정 전쟁을 계속할 수는 있다. 결국 네타냐후의 전략은 이스라엘이 아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신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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