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9·19, 6년 만에 폐기 수순…'전단 살포' 6일이 분수령

정부, 오늘 국무회의서 효력 정지 의결

확성기·휴전선 훈련 족쇄 풀려

DMZ 내 GP 복원·JSA 재무장도 가능

北, 전단 살포 시 오물풍선 재개 방침

6일 전후 긴장 고조될 가능성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9.19 군사합의문 서명식에서 문재인(뒷줄 왼쪽) 전 대통령과 김정은(뒷줄 오른쪽) 국무위원장이 송영무(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9.19 군사합의문 서명식에서 문재인(뒷줄 왼쪽) 전 대통령과 김정은(뒷줄 오른쪽) 국무위원장이 송영무(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카드를 빼 들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한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평가된다. 남한의 대북 민간단체가 오는 6일 전단 살포를 예고해 이 때가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것으로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합의를 전면 파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정부도 9·19 합의 중 1조 3항의 비행 금지 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9·19 군사합의는 6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것으로 평가된다.

안보실은 “회의 참석자들이 이미 북한이 사실상 폐기 선언을 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상응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반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3일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9·19 선언에 대해 사실상 폐기 선언을 했지만 우리는 1조 3항의 ‘비행금지 구역에 대한 설정’만 효력을 정지시켰다”며 “이제는 9·19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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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확성기를 언제든 설치하고 틀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은 고정식 10개, 이동식 40여 개 등 총 50여 개의 대북 확성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재설치는 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우리 군은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가령 현재는 휴전선 5㎞ 내 포병 훈련, 백령도 등 서북 도서 해상 사격 등이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 관계자는 “군 포병훈련장은 대부분 5㎞ 안에 있고 북한군은 거의 다 후방에 있는데 우리 포병도 훈련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령도 서북 도서 해상 사격도 금지됐는데 효력을 전부 정지하면 해상 사격 등이 가능해지면서 대비 태세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복원과 공동경비구역(JSA) 무장화도 재추진할 수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연합뉴스지난 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다. 민간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있어 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2일 밤 담화에서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지만 다시 북한으로 ‘삐라(전단)’를 보내면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악의 경우 대북 전단 살포를 시작으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판문점 선언 일부 효력 정지, 확성기 재설치 및 방송 시작의 대치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명확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간 단체에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센터장은 “민간 단체가 남북 관계를 경색시키는 대북 전단 배포를 자제해야 한다”면서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극도로 꺼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도 일단 확성기를 설치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태규 기자·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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