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올 세계 경제성장률 싹쓸이…아프리카가 온다

4~5일 사상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담

성장률 톱20 중 阿 11개 포진

중위연령 19세…인도보다도 9살 어려

車·화장품 등 유망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과의 소인수 환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과의 소인수 환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떠오르는 성장엔진인 아프리카 정상들이 한국을 찾는다. 아프리카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상위 20위 안에 11개국이 포함될 정도로 고속성장하는 나라다. 저성장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가 잘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1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오는 4~5일 한국에서 사상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담”이라며 “우리나라가 최초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라고 소개했다.

아프리카 대륙 국가 간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 소속 국가 55개국 중 쿠데타 등 정치적 이유로 우리나라가 초청할 수 있는 국가는 48개국이다. 이 가운데 25개국에서 국왕·대통령 등 국가 원수가 방한하며, 윤 대통령은 이들 모두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03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0%대(2031~2040년, 0.9%)로 둔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가 한국에 신시장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상위 20개국 중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가 11개국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위는 탄화수소 수출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이는 니제르로 성장률이 11.2%로 예상되고 세네갈 8.2%, 리비아 7.9% 순이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는 무궁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프리카의 인구는 14억 명에 달하고 중위 연령은 19세다. 인구 대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평가받는 인도(28세)보다 어려 왕성한 경제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10년 내 생산가능인구도 10억 명에 이르러 인도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을 보유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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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프리카로 진출할 수 있는 제반여건도 잘 마련돼 있다. 실제 2월 중순 기준 케냐의 넷플릭스 TV 시리즈 순위(주간)를 보면 2위가 여신강림(True Beauty), 4위가 연애대전(Love to Hate You), 5위가 피지컬100, 9위가 철인왕후(Mr. Queen)로 톱10에 한국 콘텐츠가 4개나 포진했다.최근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이 이집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도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90% 이상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지에 진출할 때 현지인들의 ‘텃세’가 주요 변수인데,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동안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아프리카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중국이 주춤한 것도 한국에는 기회다. 중국은 2013년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이어 경제·무역협력을 확대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44개국이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 등으로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내실화를 고심하는 등 동력이 저하된 상태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도 중국이 다리·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때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닌 중국인을 데려와 사업을 하는 행태 등에 대해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현지에서 중국인과 아프리카인 간 갈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아프리카로 진출할 적기를 맞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물론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이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며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저성장 위기에 처한 한국이 아프리카라는 거대 시장을 앉아서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한국 기업에 자동차 시장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시장조사 업체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5억 달러(약 28조 원)이며 매년 5% 이상 성장해 2029년에는 263억 달러(약 3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는 전기차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로코는 ‘전기 모빌리티를 위한 국가 마스터 플랜’ 개발에 착수했고 코트디부아르와 케냐도 국토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말 약 5만 대에 불과한 아프리카의 전기차가 2040년까지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류 바람을 탄 화장품도 유망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아프리카로 수출한 기초화장품은 지난해 약 942만 달러로 전년 대비 66% 급증했다. 2020년 159만 달러에서 3년 사이 6배나 폭증한 것이다.

정부도 아프리카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 무상 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난해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액은 2억 622만 달러(잠정)로 사상 처음 2억 달러를 돌파하며 1위인 아시아(2억 1246만 달러)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KOICA 지원으로 역량 개발 교육을 받은 아프리카 국민의 숫자는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5381명(중복 포함)에 이른다. KOICA는 1991년 이후 아프리카에 총 8101명의 개발 협력 인재 및 봉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김생 주코트디부아르 대사는 “한류 등 문화 교류를 통해 아프리카가 한국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문화를 통해 기반이 닦이면 다음 단계인 물건을 팔기는 쉽다. 시장 확보 차원에서 이제는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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