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소득대체율 높이면 적자 700조 증가…신-구 연금분할도 논의해야"

[연금연구회, 개혁안에 반발]

위원회 보장강화론자 위주 구성

재정 전망은 정확히 공개도 안해

전문가 선호안 논의 과정서 배제

연구회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시민대표 13일부터 4회 숙의 예정

연금연구회 회원들이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주재현 기자연금연구회 회원들이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주재현 기자




연금연구회 회원들이 3일 긴급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연금공론화위원회가 선정한 개혁안 중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모두 올리는 1안이 선택될 경우 국민연금 누적 적자가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산에 따르면 공론화위의 1안(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이 시행될 경우 국민연금의 누적 적자는 약 702조 4000억 원 증가한다. 추계 종료 연도인 2093년까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금 적자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다. 1안은 쉽게 말해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하지만 더 내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재정 여건이 더 악화하는 셈이다.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2%로 단계적 인하를 통해 2028년에는 40%로 낮아진다.




반면 공론화위의 2안(소득대체율 40% 유지, 보험료율 12%)은 누적 적자가 1879조 원 줄어든다. 연금연구회가 이날 제시한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5%’안이 채택되면 누적 적자는 약 3700조 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누적 적자는 775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연금공론화위는 각 안에 대한 재정 전망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개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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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는 연금공론화위의 의제 선정 과정에서 재정 안정화론이 지나치게 배제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연금공론화위는 지금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해온 학자들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지난해 1월께 진행됐던 연금특위 1기 민간자문위원회 투표에서는 15명 중 10명이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5%’안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연금 전문가들이 선호했던 안이 의제숙의단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의제 설정의 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연금공론화위는 사용자·가입자·근로자 대표 등이 고루 참여한 의제숙의단 논의 결과 보험료를 6%포인트 올리는 안이 자연스럽게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경영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자는 안건으로 논의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사용자단체는 물론 자영업자 측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보험료율 인상이 고스란히 임금 비용으로 연결되는 경제계는 물론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연금보험료 납부 부담이 높은 자영업자들도 난색을 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8년에 보험료율이 9%로 인상된 후 26년간 변함없다가 3%포인트라도 인상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는 기존에 선정한 두 가지 안을 바탕으로 13일·14일·20일·21일 네 차례에 걸쳐 시민대표단 500인 숙의 토론을 거칠 예정이다. 회차마다 90분씩 진행되는 숙의 토론은 생중계된다. 시민 대표 500명은 현재 공론화위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학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화위는 이 같은 숙의 과정을 통해 결정된 최종 개혁안을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특위는 이를 21대 국회 폐원 전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금연구회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신구 연금 분리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모수 개혁안(소득대체율·보험료율 변경)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명예위원은 “KDI가 제안한 구조 개혁 논의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래 세대들이 자신들이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렇게 하면 미래 세대의 동참을 얻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달 21일 현행 연금을 두 개로 분리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국민연금 구조 개혁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장 내년부터 연금 계정을 분리해 새로 납부하는 보험료는 신연금에 적립하는 방안이다. 대신 구연금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일반 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기성세대가 낸 보험료에서 부족한 부분은 재정으로 충당하고 미래 세대의 연금은 최소한 ‘낸 만큼은 받는’ 구조를 정착시키자는 얘기다. 보험료율은 장기적으로 4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할 수 있도록 15.5%까지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KDI 추산에 따르면 지금 당장 연금 계정을 분리할 경우 구연금 소진 이후 재정이 감당해야 할 일반 재정 투입 규모는 609조 원이다.


세종=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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