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빅딜 6건 중 4건 대기업 손으로…M&A 규모 1년 만에 60% 급증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대기업 깜짝 등판

네이버·카카오 M&A 경쟁 , SK 선택과 집중 돋보여





올해 상반기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30일까지 금액이 공개된 국내 경영권 거래 규모는 43조 8,6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조 4,576억 원)보다 60% 늘었다. 국내 관련 통계 집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건수 기준으로는 오히려 지난해(511건)의 절반 수준인 296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건당 거래액이 급증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1조 원 이상 빅딜 6건 중 4건은 대기업이 장악했다. 한동안 사모펀드(PEF)가 주름잡던 M&A 업계에 기업들도 뛰어든 것이다. 신세계를 필두로 SK 등 전통적 대기업의 사업 재편과 하이브·카카오 등 신진 대기업의 거침없는 인수 경쟁이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상반기 M&A 시장은 4가지의 특징을 보였다.

①빅딜 6건 중 4건은 대기업…PEF로부터 딜 주도권 되찾아

상반기 1조 원 이상인 빅딜 6건 중 4건은 기업의 손에서 일어났다. 그중 최대 거래는 신세계(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지분 80% 인수다. 모두 3조 4,400억 원이 투입된다. SK그룹은 지주사와 SK E&S가 미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 1조 7,935억 원을 썼다.

BTS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하이브는 미국의 이타카홀딩스를 1조 1,860억 원에 품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역사를 다시 썼다. 카카오는 몸값 1조 원의 여성 패션 e커머스 지그재그를 사들여 카카오커머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매치그룹에 1조 9,304억 원에 매각됐다. 하이퍼커넥트는 중동에서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며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②이베이부터 W컨셉까지…유통 강자, 신세계의 무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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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M&A 업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름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입찰 경쟁에서 롯데그룹을 1조 원 이상 따돌렸다. 당장 사라지는 현금보다 앞으로 e커머스 전쟁에서 쿠팡 등을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가 1세대 e커머스라는 한계가 있지만 신세계는 ‘이베이의 인재가 탐났다’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경쟁자인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직접 찾아 혈맹을 맺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날을 겸비한 최강자가 되기 위한 방안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를 검토하는 와중에도 여성 패션 e커머스 W컨셉을 2,700억 원에 가져갔다. 또 SK그룹에서 야구단 와이번스를 1,400억 원에 인수해 쇼핑과 엔터를 결합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2조 원을 호가하는 보톡스 제조·유통사 휴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③M&A 신흥 강자 등장…네이버와 카카오의 양보 없는 혈투

연초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 콘텐츠 M&A로 이어지며 벤처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네이버는 북미 최대 웹소설 왓패드를 7,100억 원에 사들였다. 네이버 역사상 첫 빅딜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스타트업인 타파스와 래디쉬를 동시에 인수하며 4,000억 원을 투입했다. 스토리를 선점해 영화와 드라마·게임으로 넓히는 플랫폼 업계 1등이 되기 위해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스타트업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 것이다. 두 기업은 최근 웹툰 스타트업 문피아 인수에서도 맞붙었는데 네이버가 승기를 잡았다.

이들은 자본 유치 대상이 글로벌이라는 점도 같다. 네이버는 미국 전략적 투자자와 네이버웹툰 투자 유치를 협상하다가 조건이 맞지 않으면서 일단 접고 자체 자금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유치에 칼라일과 구글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상장을 향해 나가고 있다.

④팔 것은 팔고, 살 것은 과감하게 산다…SK의 양손잡이 전략

전통 대기업 중 유일하게 M&A가 활발한 SK그룹은 올해는 지주사를 확실한 투자 회사로 자리매김시켰다. 동시에 지주사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을 줄여 신사업에 투입하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의 M&A 화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전 계열사가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룹은 석유화학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49%를 매각해 1조 1,000억 원, SK바이오팜 지분 블록딜(대량 매매)을 통해 1조 1,163억 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반대로 SK건설은 이름을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총 3조 원 규모의 인수 계획을 밝혔다. 이후 지난해 폐기물 업체를 1조 원에 사들이더니 올해 역시 폐기물 업체 4곳의 인수를 위해 상반기에만 4,000억 원을 투입했다. 현재는 동남아 폐기물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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