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네티즌, 분당 실종 고교생 죽음에 의혹 제기…'제2 손정민 사건' 되나

"극단선택 결심한 사람이 책 사냐" "유서도 없이?"

교재 구매·교통카드 충전 등 사망 전 행적에 의문

실종 전 신변비관 메시지…경찰 "범죄혐의점 없어"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율동공원 일대에서 경찰이 분당 서현고 김휘성 군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율동공원 일대에서 경찰이 분당 서현고 김휘성 군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종된 지 7일 만에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성남시 서현고 3학년생 김휘성 군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이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정황상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온라인에선 한강공원 손정민씨 사망 사건과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 김 군의 사망 소식을 전한 인터넷 기사에는 김 군의 사망 전 행적에 비춰볼 때 극단적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네이버 아이디 naaz****는 "극단적 선택 결심한 사람이 교통카드 충전하고 수능도서 구매한다고?"라고 썼고 thx1****는 "나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유서도 없이 극단적 선택?"이라고 적었다.

김 군이 발견된 모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star****는 "스스로 그렇게 죽을 수 있나?", mayc****는 "반듯하게 누워있었다는데 진짜 자살 맞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반면 이러한 의혹 제기가 섣부른 억측이라는 지적도 많다. "쓸데없는 추측 해서 부모님이나 고인 두 번 죽이는 일 그만하자"(phka****), "정민 군 사건처럼 만들려고 하는지 몰라도 타인의 심리를 왜 제삼자가 판단하나"(oony****), "우울증이 원래 그런 것"(aqua****), "산소부족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며 서서히 기절할 수 있다"(jy14****) 등의 반론이 게시됐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또는 유족에 대한 깊은 감정이입, 부족한 사건 관련 정보 등 때문에 의혹이나 의문이 불거진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 씨와 김 군은 모두 젊은 일반인 남성으로 일반적으로 범행에 연루되기 쉬운 전과자나 노인 등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 경우 내 자녀, 또는 내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사건에 더 깊게 감정 이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사건 모두 대중에게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대중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일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놓고 이를 사실로 믿어버리는 성향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경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스스로 추론한 결과를 신뢰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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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사 결과도 많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여론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단계"라면서도 "특정 사건에 대한 의혹이나 의문, 음모론 등을 제기하기 쉬운 환경인데 이런 음모론은 근거 없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김 군의 휴대전화 포렌식, CCTV 분석, 시신 상태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군의 휴대전화에서 김 군이 실종 전날 지인에게 진로 문제와 관련해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김 군이 집에서 나와 교재를 구매한 점, 교통카드를 충전했음에도 버스에 탈 때 현금을 사용한 점 등 사망 전 행적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에 의한 사망 사건의 경우 간혹 당사자가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알리기 꺼리는 심정에서 행적에 혼선을 주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분당 서현고 3학년 김휘성 군이 실종 당일 오후 5시 22분께 서현역 영풍문고에서 문제집을 구매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경기 분당경찰서 제공분당 서현고 3학년 김휘성 군이 실종 당일 오후 5시 22분께 서현역 영풍문고에서 문제집을 구매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경기 분당경찰서 제공


김 군은 지난 22일 부모에게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9시쯤 들어가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로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전날 진로 문제로 가족과 다퉜다. 이후 김 군은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께 하교한 뒤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서현역 인근 서점에서 교재를 산 뒤 거리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김 군은 이곳에서 마을버스를 탄 뒤 분당구 새마을연수원에서 하차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버스에는 내부 블랙박스가 없지만, 해당 시간 이 버스정류장을 거쳐 간 다른 버스들의 블랙박스 영상에 김 군이 마을버스 좌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새마을연수원 일대에 3개 기동대 인력 180여 명과 헬기, 드론, 수색견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는 등 지난 23일부터 김 군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33분 새마을연수원 정문 인근 야산 산책로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때 사용되는 도구와 함께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숨진 김 군을 발견했다.

한편 고(故) 손정민 씨는 지난 4월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사라진 뒤 닷새 만에 한강 수중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관련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손 씨 시신이 발견된 직후부터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손 씨 죽음에 함께 있던 친구가 관련돼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박예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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