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규직화’ 노노 충돌에 이사장 단식, 포퓰리즘의 악순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산하 고객센터(콜센터) 노조원 900여명은 공단 측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같은 민주노총 소속인 정규직 노조는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등 정규직화에 정면 반대하고 있다. 두 노조 사이에 끼인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해법을 찾기는커녕 고용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본사 건물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공공 기관의 수장과 두 노조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건보공단 사태는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의 폐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대통령 업무 지시 1호’다. 정부는 개별 사업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정규직화를 밀어붙여 곳곳에서 노노 충돌과 불공정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힘들게 입사한 정규직은 물론 고용 한파에 시달리는 청년들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금도 보안 검색원 1,9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민간 위탁 사업의 직접 고용 여부를 노사 협의로 결정하라며 개별 기관에 책임을 떠넘겼다. 오죽하면 ‘문재인 케어’의 핵심 설계자인 김 이사장마저 “달리 방법이 없다”고 실토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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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의 후폭풍은 무분별한 선심성 포퓰리즘이 낳은 참사다. 현실을 모르고 표만 얻겠다며 불쑥 던진 정책은 현 정부 임기 내내 혼란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이념에 얽매인 즉흥적 정책의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궤도를 수정해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법은 단식 같은 쇼가 아니라 고용 유연성을 끌어올리는 노동 개혁이다. 경직된 임금구조를 바로잡고 거대 노조의 기득권을 없애는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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