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심층분석] 공급과잉 우려에도…에틸렌 설비 증설 러시

LG화학·GS칼텍스 등 속속 마무리

올 국내서만 300만톤 공급증가 예상

中도 증설 가세…가격하락 우려 속

"선제적 완료땐 경기회복때 빛볼것"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중흥동 국가산업단지. LG화학과 GS칼텍스가 광양만을 마주 본 산단중앙로(路)를 따라 나란히 들어서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이곳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 두 회사가 경쟁하듯 에틸렌 생산 설비 증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LG화학은 연산 80만 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을 99% 마무리 지었고 GS칼텍스는 2조 7,000억 원을 들인 연 7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설비인 MFC를 올 하반기부터 가동한다.

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호황기였던 지난 2017년께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에틸렌 생산 설비 증설 계획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에틸렌은 범용 합성수지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기초 재료가 된다. 일상에서 접하는 플라스틱·필름 제품의 원료다. 3~4년 전 공격적인 에틸렌 증설 계획이 최근 완료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중국발(發) 수요 확대와 에틸렌을 활용하는 다운스트림 증설 가능성이 있어 공급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는 올해 국내에서만 300만 톤에 가까운 에틸렌 공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LG화학(80만 톤)뿐 아니라 DL케미칼(옛 대림산업)과 한화솔루션 합작사인 여천NCC도 지난 2월 34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화토탈은 이달 15만 톤, 앞서 2019년 31만 톤을 증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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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 정유사들의 행보도 에틸렌 공급 증가 요인이다. GS칼텍스(70만 톤) 외에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내년부터 에틸렌 85만 톤 생산에 나선다. 지금까지 정유사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나프타를 석유화학 업체들에 공급해왔지만 이제는 직접 NCC를 만들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도 예고돼 있다. 업계는 중국에서만 올해 568만 톤, 내년에도 565만 톤의 에틸렌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틸렌 같은 기초 유분이 주로 역내에서 소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에틸렌 공급 충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올해 에틸렌 증설 규모는 1,500만 톤가량으로 추정된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내려가는 법. 업계에서는 공급발(發)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한때 600달러까지 갔던 톤당 에틸렌 스프레드(나프타-에틸렌 가격)는 이미 400달러 중반까지 떨어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프레드 등 전반적인 수익성이 연초 수준(스프레드 톤당 400달러)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 증가로 인한 충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기 회복으로 에틸렌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설비 증설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초 유분인 에틸렌의 설비 증설만큼 다운스트림 분야 증설이 이뤄질 수 있어 실질적인 에틸렌 생산 증대는 80만 톤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증설을 해놓은 효과가 경기회복 시기에 빛을 볼 것”이라며 “수요 대응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한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여수=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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