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가요

[인터뷰] 라비 "제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요"

라비 / 사진=그루블린 제공라비 / 사진=그루블린 제공




아이돌, 래퍼, 작곡가, 힙합 레이블 CEO, 예능인…. 라비를 설명하는 수식어 중에는 어울리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 부단한 노력 끝에 얻은 것이다. 그 안에서 라비가 끊임없이 고민한 것은 자신의 뿌리인 가수로서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 없다는 것. 그는 확실하게 ‘라비만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다시 도전에 나섰다.



1일 서울 강남구 그루블린 사옥에서 라비와 컴백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비의 네 번째 미니앨범 ‘로지스(ROSES)’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감각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앨범으로, ‘꽃밭(FLOWER GARDEN)’과 ‘카디건(CARDIGAN) (Feat 원슈타인)’ 두 곡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더블 타이틀곡은 처음인데 원래 ‘카디건’이 타이틀곡이었어요. 앨범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감각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카디건’이 딱 제 마음에 들게 나왔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꽃밭’이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반응을 보고 ‘이건 진짜구나’ 싶어서 더블 타이틀곡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사실 ‘꽃밭’도 타이틀곡 후보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앨범에 대해 물어보면 두 곡을 들려줬어요. 보통 타이틀곡 하나만 들려주는데 일부러 두 곡을 들려준 거예요. 어떤 분들은 대충 5초 정도만 듣고도 ‘꽃밭이 좋은데?’라고 할 정도로 도입부가 좋은 곡이에요. 키치하다고 느끼는 분이 많은데 저도 공감해요.”

이번 앨범은 화려한 피처링진이 눈에 띈다. 앨범에 수록된 7곡 중 4곡에 원슈타인을 비롯해 제이미, 블랭(BLNK), 안병웅, 시도(Xydo)가 피처링을 했다. 특히 원슈타인은 라비가 진행하는 네이버 나우 ‘퀘스천 마크’ 게스트로 나왔다가 인연이 돼 함께 작업하게 됐다. 라비는 때마침 원슈타인이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로 활동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한층 더 두꺼운 피처링 라인업이 완성됐다며 웃어 보였다.

“아티스트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기도 하고, 같은 트랙이어도 저마다 해석하는 방식이 다른 게 재밌어요. 상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도, 예상한 것처럼 나올 때도 모두 쾌감이 있어요. 누군가와 함께 작업할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사진=그루블린 제공사진=그루블린 제공


‘로지스’는 당초 올봄에 발매하려던 앨범이다. 2017년 솔로 데뷔 후 긴 공백기 없이 다수의 곡을 발표했지만, 이번 앨범은 망설여졌다. 앨범을 발표해도 공연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 지난해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고민은 계속됐다. 공연을 하는 것이 행복이자 음악을 하는 이유, 그리고 팬들과 직접적으로 닿을 기회였는데 온라인상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직접 소통하지 못하니까 팬들이 써주는 글을 더 꼼꼼히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같이 닿아있다는 느낌을 얻고 싶어서죠. 이번 곡은 퍼포먼스를 구상한 곡이 아니라 음악 방송을 하지 않는 대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많이 만들 계획이에요. 뮤직비디오를 2개 만든 것도 처음이에요. 수록곡들도 그냥 휘발되는 게 아쉬워서 라이브 클립 3곡 정도를 찍으려고요. 콘텐츠적인 측면으로 많이 접근해서 활동하려고 해요.”

이번 앨범은 이때까지 발표한 것 중 가장 잘 나온 앨범이다. 이전보다 더 꼼꼼히 체크하려고 했고, 수정 작업도 여러 번 거쳤다. 어떤 앨범보다도 완성도가 높아 만족스럽다. 항상 만족스러운 앨범을 내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운 점이 보였는데, 이번은 느낌이 다르다.

“어떤 성과를 얻을지 저도 궁금해요. 라비가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알려주고 싶어요. 기존에 다양한 형태의 싱글을 발매하면서 라비라는 아티스트가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요.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지 구체적인 형태가 나타나진 않은 것 같았어요. 이번 앨범이 라비가 어떤 걸 하고, 어떤 걸 미는지 선명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사실 순위로 따지자면, 무조건 높았으면 좋겠어요. 제 전 곡들보다 성적이 높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실질적인 데이터를 보면 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전보다 늘어났다는 게 와닿더라고요. 그러면 ‘이렇게 계속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두각을 나타내는 앨범이 되길 바라요.”

관련기사



2012년 아이돌 그룹 빅스로 데뷔한 라비는 꾸준히 곡 작업을 해왔다. 끊임없이 곡 작업을 할 수 있는 원천이 “그냥 좋아해서”라고 심플하게 답한 그는 올해 아이돌 저작권 순위 1위에 올랐다. 2018년에는 4위, 2019년 3위, 2020년에는 2위였다가 1위까지 오른 것이다. 이번 앨범을 발매하면 라비가 발매한 곡은 총 198곡이 된다.

“저는 1위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1위라고 하니까 부자일 것 같고, 상위권에 있는 분들이 지드래곤 선배님이나 방탄소년단 RM이니까 제가 있는 게 민망하더라고요. 제가 좋아서 한 것뿐이고, 계속하다 보니까 곡 수가 1위인 거지 곡이 많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적다고 별로인 것도 아니고요. 그냥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사진=그루블린 제공사진=그루블린 제공


라비의 다른 이름은 그루블린 CEO. 빅스로 활동하던 소속사에서 나와 그루블린을 설립한지 2년이 됐다. 콜드베이, 칠린호미, 시도, 나플라 등 아티스트들을 영입해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가 아닌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라 설립 초반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가?’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2년간 구성원들과 함께 합을 맞춰가면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이제 어떻게 달려야 할까?’라는 구체적인 생각에 다다랐다.

“지금 회사에 있는 분들 모두 제가 꼬드겨서 함께하게 된 거예요. 그들 인생의 한 영역을 가져온 거라 책임감이 들어요. 아티스트나 직원들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을 나와 함께하자’고 한 것이니까 행복했으면 좋겠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줬으면 해요.”

“아티스트 영입을 할 때는 항상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는 함께하기 전에 대화를 많이 나눠요.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하거든요. 이 안에서 음악이나 행동 방식에서 다양한 온도가 있을 텐데, 거기서 차이가 나면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서 서로 온도가 맞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비전이 다르면 아티스트와 회사 실무자들 모두 스트레스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살고, 돈도 많이 버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최근 예능국에서 가장 탐내고 있는 인물 중 하나는 라비. 그는 2019년 그루블린 설립 후 래퍼이자 예능인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KBS 간판 예능 ‘1박2일’ 시즌4 멤버로 활약하고, 출연하는 예능마다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다. 신생 레이블을 설립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방송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기분 좋게 빗겨나간 것이었다.

“처음엔 직원이 3명뿐이었고 탄탄한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있었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굳이 방송에 욕심내지 않고 음악만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뭐가 달라지나’라는 도전적인 마음이었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방송을 많이 하게 되면서 빅스로 활동할 때보다 제 모습이 더 많이 비춰지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예능을 하는 건 좀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음악을 잘하는 분들이 예능을 하는 거나, 예능을 잘하는 분들이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다른 거 같거든요. 이렇게 예능을 통해 많이 노출이 됐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음악이 진정성 없게 느껴지거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라비(좌)와 피처링에 참여한 원슈타인 / 사진=타이틀곡 '카디건' 뮤직비디오 캡처라비(좌)와 피처링에 참여한 원슈타인 / 사진=타이틀곡 '카디건' 뮤직비디오 캡처


라비의 현재 여러 모습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지만, 빅스 라비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다. 라비는 지난달 24일에는 빅스 데뷔 9주년을 맞이해 멤버들끼리 찍은 단체 사진을 공개해 팬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현재는 멤버 켄과 레오가 군 복무 중이어서 함께 활동할 수 없지만, 모두의 타이밍이 맞으면 앨범을 내자고 마음을 모은 상태다.

“공백기가 끝나고 컴백하는 팀들을 보면 우리도 다시 뭉치자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금 정하기가 모호하더라고요.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하고 다양하잖아요. 우리가 다시 모였을 때 더 효과적인 방식이 있을 텐데, 만약에 우리가 지금 방향성을 정하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으니 서로 의지 정도만 확인하고 있어요.”

“저는 플레이어로서 항상 진행되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회사 CEO로서는 좋은 아티스들이 많이 생기고 좋은 성과를 내서 ‘멋지고 뜨거운 집단을 만들었구나’라는 느낌을 줬으면 하고요. 예능은 성과적인 욕심보다는 즐기는 시간이에요. 재밌게 하고 있고, 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고, 평소에 안 해봤던 걸 할 수 있는 재밌는 감사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추승현 기자 [email protected]


추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