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高 '수포자' 13% 돌파…기초학력 붕괴로 인재 양성 '빨간불'

■기초학력 쇼크 현실화…미달 비율 2017년 이후 최고

국어·영어 등 모든 과목 미달비율 늘고 '보통 학력'은 줄어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 부진 가속…읍면 단위가 더 취약

"일시적 문제 아닌 평가 경시·평준화 탓…정책 대전환 시급"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등교수업 차질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일선 교육 현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교육부가 지난해 중3·고2 전체 학생의 약 3%를 표본으로 국어·수학·영어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이 미달된 학생의 비율이 현재 평가 기준으로 전환된 지난 2017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수학의 경우 중3·고2 모두 기초학력에 미달한 ‘수학 포기자’의 비율이 13%를 넘었다. 현 정부 들어 기초학력 미달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코로나19로 학력 저하가 더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특목·자사고 폐지 등 교육의 평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 부진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학업 성취도 평가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교육정책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3·고2 전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 상승…지역별 격차도 심화=교육부가 2일 공개한 2020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3과 고2의 국어·수학·영어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1수준)은 현재 평가 제도로 전환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중3 국어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6.4%, 영어의 경우 7.1%로 전년 대비 각각 2.3%포인트, 3.8%포인트 확대됐다. 고2 국어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6.8%(전년 대비 2.8%포인트 상승), 수학 13.5%(4.5%포인트 상승), 영어 8.6%(5.0%포인트 상승)로 역시 전년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다.



보통 학력(3수준) 이상인 학생은 줄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늘고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은 줄어 전반적으로 학습 능력이 저하됐다는 얘기다. 중3 국어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인 학생 비율은 지난해 75.4%로 전년(82.9%) 대비 7.5%포인트 하락했다. 중3 영어 과목에서도 보통 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같은 기간 72.6%에서 63.9%로 8.7%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고2의 경우 국어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77.5%에서 69.8%로 7.7%포인트 하락했다. 중3의 경우 지역 규모별 학력 격차도 나타났다. 국어·수학·영어의 보통 학력 이상 중3 학생 비율은 모두 대도시가 읍면 지역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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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학생들은 비대면 원격 수업에 여러 가지 불편사항을 호소했다. 중3의 경우 ‘수업 관련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이 44.6%에 달했다.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수업 집중도도 52.3%가 ‘감소했다’고 응답해 ‘증가했다’고 답한 11.5%를 크게 웃돌았다.

◇단계별 등교 확대로 가을학기 전면 등교 추진=교육부는 학습 결손의 최우선 카드로 등교수업 확대를 꺼냈다.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학교 밀집도 기준을 기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2단계가 유지된다면 이달 14일부터 등교율이 현저히 낮은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도권의 학교급별 등교율은 초등학교가 67.7%, 고등학교는 67.2%이지만 중학교는 48.3%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중학교 등교율인 80.9%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밀집도 기준이 완화되면 수도권 중학교 등교 비율이 60% 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직업계고등학교에서도 거리 두기 2단계까지 전면 등교가 이뤄진다. 교육부는 이달 중순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단계별 이행안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학습 결손 회복을 위한 맞춤형 지도 방안 등을 담은 ‘교육 회복 종합방안 프로젝트(가칭)’도 추진한다.

◇코로나 탓만은 아냐…현 정부 교육정책이 원인=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발표대로 학력 저하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86년 도입된 학업 성취도 평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2008~2016년) 전수 방식으로 운영했으나 현 정부 들어선 2017년 이후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일부 학교만 시험을 치르는 표집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제 표집 방식 전환 이후 학교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서 학력 저하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각 시도 교육청 주관으로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하고 하지만 학교마다 진단 방식이 달라 학업 성취도 평가처럼 전체적인 학력 격차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반인권적인 학생 줄 세우기’ 프레임을 앞세워 학력 평가를 소홀히 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난 점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학업 성취도 평가 대상을 다시 전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2016년에 비해 지난 4년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이미 2~3배로 증가했는데 교육부는 학력 저하의 원인을 코로나19에만 돌리고 있다”며 “현 정부 교육감의 평가 경시, 거부 기조에 변함이 없는데 교육 회복 프로젝트 추진 등 거창한 애드벌룬 띄우기 외에 특별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회에 1년째 계류 중인 ‘기초학력보장법’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은 각 학교장이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해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조기에 발견·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시행할 경우 부진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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