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치열한 극자외선(EUV) 기술 인력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변수가 많은 EUV 공정에 대응하며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도 ‘K반도체 전략’을 통해 EUV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국내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나 EUV 기술 인력을 양성할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EUV 공정 핵심 소재 경력 연구원 모집에 나섰다. 지난해 EUV 노광 장비 연구 인력을 채용한 SK하이닉스는 관련 공정에 쓰이는 마스크와 펠리클 소재 연구 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와 펠리클은 EUV 노광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크는 EUV 빛이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찍어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소재다. 펠리클은 마스크를 보호하는 덮개다. 마스크 오염을 최소화해서 노광 공정 수율을 높이는 역할이다.
기존 노광 공정에 쓰였던 빛인 불화아르곤(ArF)과 달리 EUV 빛은 모든 물질에 흡수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빛의 흡수를 방지하는 독특한 성분이 필요하다. 특히 펠리클은 반도체 라인에 당장 도입할 만한 기술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채용은 전반적인 EUV 노광 공정 개발과 함께 EUV 장비 내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변수를 잡아내기 위해 관련 소재 인력을 보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신규 팹 M16에서 10나노급 4세대(1a)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유력 소재 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포토레지스트 전문가도 영입하는 등 EUV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다.
EUV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회사는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2019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EUV 공정을 도입한 뒤 7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연구소 상반기 경력 공채에서 EUV 공정에 활용할 마스크 연구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학계와의 강력한 네트워크로 EUV 기술 연구자를 일찌감치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우수 인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연구 인력을 꾸준하게 확보 중이다. 2023년에 7나노 EUV 공정을 양산에 도입할 예정인 인텔은 대량 양산(HVM)용 EUV 기술 연구 전문가를 찾는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
이처럼 각 반도체 회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EUV 인력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차세대 반도체 전쟁에서 EUV 공정의 성공 여부가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EUV 노광은 범용인 ArF 공정 대비 14분의 1의 짧은 파장(13.5㎚)으로 균일하고 반듯한 회로를 찍어낼 수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변수가 많다. 전혀 새로운 빛과 포토레지스트, 노광 장비 등을 도입하다 보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EUV 인력 확보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차세대 EUV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EUV 기반 기술을 익힌 인력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