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국민 신뢰와 사랑받는 전경련 되려면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경제이익 넘어 사회가치 창출

기업경영 패러다임 변화 맞춰

日 게이단렌·英 BITC 수준으로

사회공헌활동 지원 확대해야

서상목 회장서상목 회장



며칠 전 스위스에서 세계 저명한 기업인·경제학자·정치인·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다보스포럼’ 창립 50주년 회의가 열렸다. 올해 주제는 ‘화합과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s for a Cohesive and Sustainable World)’였다. 이는 21세기 세계 흐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국가경영은 물론 기업경영 패러다임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은 지난 2000년 9월 ‘새천년정상회의’에서 기아 근절, 보편적 교육 실시, 영아사망률 감소, 환경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새천년개발목표’를 채택해 추진했다. 2015년에는 그 내용을 17개 분야, 169개 목표로 확대해 이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실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유엔은 그 추진 상황을 매년 보고서 형태로 발간해 이를 가을 연차총회의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활동에 동참해 ‘포용적 발전’을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돼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은 앞다퉈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공유가치창출(CSV)’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SK 등 대기업들이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해 사회혁신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별 기업들은 새로운 세계적 흐름에 맞춰 기업경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1961년 설립 이후 한국에서 대기업을 대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으로부터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인식됨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라서 ‘포용국가’를 기치로 하는 지금이야말로 원점에서 전경련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적기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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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개혁의 첫 번째 본보기는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이다. 1946년 설립된 게이단렌은 정치적으로는 정치자금 지원 등을 통해 자민당 장기집권의 후원자 역할을 했고,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정부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전후 일본 경제발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이 강화되고 각종 비리 스캔들이 발생하자 게이단렌은 1990년부터 정치자금 후원 관행을 지양하고, 그 개선책으로 새로운 ‘기업행동 헌장’ 발표와 더불어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게이단렌은 사회적 신뢰와 동시에 영향력을 서서히 되찾게 됐다.

이렇듯 일본 게이단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서서히 전환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소극적 방법을 채택했다. 이에 비해 영국에는 1982년 설립된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라는 기업인단체가 있다. BITC는 처음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낙후지역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이에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를 통해 BITC는 영국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BITC에는 현재 런던 본부와 4개 지역 지소에 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연간 사업비는 약 2,500만파운드(약 4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찰스 왕세자가 회장인 BITC는 영국의 대표적 기업의 대표들이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영국의 BITC, 일본의 게이단렌과는 달리 한국의 전경련은 2016년 ‘최순실 사건’이 발생하자 그동안 추진하던 ‘사회공헌백서’ 발간 등 소규모의 사회공헌활동마저 중단했다. 그 결과 현재 전경련은 경제연구소 기능 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만일 지금이라도 전경련이 사회공헌활동 범위와 수준을 일본의 게이단렌을 뛰어넘어 영국의 BITC 수준으로까지 확대·발전시킨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동시에 받는 단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재계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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