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목적은 목표에 우선한다

< 26 > '솔로몬의 지혜' 적용법

신공항 부지 선정 등 갈등 상황

어디에 지을지는 '목표'에 불과

우선해야할 가치 무엇인지 고민

왜 필요한지 '목적' 명확히 해야





“저 아이를 둘로 베라.” 두 여인이 서로 자기가 아이의 친모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이 내린 판결이다. 결국 한 여인이 아이의 소유권 일체를 반납하는 양보를 한다. 그랬더니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솔로몬은 양보한 여인에게 그 아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명권이 소유권보다 더 우선한다는 인류 보편의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다. 솔로몬 지혜의 압권은 그 가치의 우선성을 탐지해내는 혁신적 방법에 있다. “저 아이를 둘로 베라.” 참으로 신통방통한 묘안이었다. 더욱 주목할 일은 솔로몬의 지혜가 생명권이 소유권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목적이 목표보다 중요하다.


솔로몬의 지혜를 오늘날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두 당사자가 모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고 쌍방의 자격요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거나 양쪽의 자격요건이 팽팽한 경우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영남권신공항 같은 국가사업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첫째, 동전을 던져라. 이런 방법은 공정하기는 하지만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 실제 사용을 잘 하지 않는다. 국가 판결의 권위가 실종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월드컵 조 추첨 정도에서나 사용된다.

둘째, 비빔밥을 만들어라. 님비와 핌피를 한 패키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누구든지 원하는 시설 유치에 아무도 원치 않는 시설을 패키지로 만들어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항은 누구든지 유치하려고 하지만 핵폐기장은 아무도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다. 두 개를 하나로 묶으면 이전보다 매력이 덜해지지만 누군가는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양자가 딱 맞물려 떨어지기가 쉽지 않을 수가 있다. 더군다나 목적과 목표의 구분이 불분명할 수도 있다.


셋째, 우물을 파게 하라. 시설유치에 혜택을 보는 당사자가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옥션처럼 시설 건설 비용을 누가 더 많이 써내느냐에 따라서 입지선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판다”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일수록 많은 돈을 써낼 것이다. 비용지불의지(willing to pay·WTP)에 따라 결정을 하면 부자일수록 유리하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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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를 둘로 베라.” 이 솔로몬의 솔루션이 발동된 전례를 살펴보자. 한일 월드컵의 경우는 비교적 성공적 사례에 속한다. 양국이 독자적인 유치를 끝까지 주장했지만 국제 사회의 결정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공동유치를 권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사태보다는 공동유치라는 타협안을 받아들인 해피엔딩이다. 어쨌거나 그 대회는 큰 불협화음 없이 잘 끝났으니까. 솔로몬식으로 말하면 두 여인에게 공동육아를 명령한 것이다.

세종시는 경우가 좀 다르다. 결국 아이는 둘로 잘렸다. 세종시로 모든 행정기관을 이전하려는 정권의 의지는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제동이 걸렸다. 그랬더니 다 가지 못한다면 반이라도 보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저 아이를 둘로 벤 것이다. 결과는 처참하다. 행정의 효율성은 반감된 정도가 아니다. 이 경우의 문제는 두 여인 중 누구도 그 아이의 생모가 아니었던 것이다. 솔로몬식 지혜가 안고 있는 위험성이 최악의 상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 가지 못하면 차라리 안 가겠다” “어차피 갈 거면 국회까지 다 보내자.” 두 여인 중 한 명이라도 생모라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신공항 부지는 어디로 하는 것이 좋을까. ‘어디에 지을까’는 목표에 불과하다. ‘왜 짓는가’는 목적이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어느 한군데에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혹시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있는 것은 아닐까.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목적은 목표에 우선한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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