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KBS2 ‘뮤직뱅크’에 출연한 AOA는 트와이스를 꺾고 1위에 올랐다. 이에 ‘1위 공약’대로 앵콜 무대에서 맨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뮤직뱅크’ 제작진 측의 실수로 순위집계 오류 사실이 밝혀졌고 순위도 트와이스(1위)-AOA(2위) 순으로 정정됐다. AOA는 받은 트로피도 돌려줘야 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SBS MTV 음악 프로그램 ‘더쇼’에서는 그룹 AOA, 세븐틴, 에이프릴이 1위 트로피를 두고 경쟁했다. 사전 점수와 실시간 중국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 한국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과 AOA가 5월 넷째 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븐틴의 팬들은 오류 의혹을 제기했다. 세븐틴의 중국 온라인 투표가 0으로 표시되며 누락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쇼’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오류 및 정정사태는 가요프로그램의 공신력에 흠집을 내면서 순위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 중 MBC ‘쇼! 음악중심’은 지난해 순위제를 아예 폐지하기도 했다.
공신력 논란의 주된 원인으로는 순위가 방송사의 자의적 기준에 좌우되는 현실이 지목된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디지털 음원, 방송횟수, 시청자 선호도, 음반판매 등인데 각 지표별 구성이 방송사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문자투표처럼 인기투표 방식의 집계는 가수가 소속된 기획사의 자본력과 팬심의 충성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경우 실력이 있고, 대중적 인기가 있더라도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물질적 ‘배경’이 없으면 상위권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요계에 정통한 전문가의 얘기다.
제한적인 출연진 구성도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요즘의 가요프로그램은 아이돌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인기가요’ 최신 회차인 865회 출연자 중 아이돌그룹 혹은 아이돌그룹 겸 솔로 가수가 80% 이상에 달한다. 때문에 가요 프로그램의 상위권 팀이나 곡이 국내 최대 규모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인기 차트의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가요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2% 안팎으로 저조한 상황. 실제로 지난 주 뮤직뱅크 시청률은 1.4%(이하 닐슨코리아). 또 다른 가요프로그램인 SBS ‘인기가요’는 2.6%, MBC ‘쇼 음악중심’은 2%에 불과하다.
반면 가요프로그램과 달리 가요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MBC ‘복면가왕(13.5%·이하 닐슨코리아)’, ‘듀엣가요제(6.3%)’, SBS ‘신의목소리(5.2%)’, ‘판타스틱듀오(5.7%)’, KBS ‘불후의 명곡(8.4%)’ 등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이 모두 가요와 예능을 겸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대중적인 인기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곡은 실제 음원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방식의 가요프로그램이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가요 프로그램의 출연료는 1인당 10만~30만원 수준. 출연료를 제외하면 별도의 제작비 들지 않는 대신 적정 수준의 광고 유치는 가능한 구조여서 지속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소속 가수의 얼굴을 알릴 수 있고 다른 인기 예능 프로그램 섭외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 유명 음악평론가는 “좋은 음악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는 가요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는 방송국이 (이러한 본질적인 의무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요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아이돌 일색의 편성보다는 실력파 가수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병행한다던가 일반인의 참여가 왜곡되지 않고 실질적인 인기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진희인턴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