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 약 3,600개 상장기업이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자금이 총 16조2,000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들 상장사가 같은 기간에 벌어들인 순이익이 30조6,000억엔인 점을 감안하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 몫으로 환원한 셈이다. 기업 이익을 주주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배당금은 전년도 대비 10%가량 늘어난 10조9,000억엔으로 사상 처음 10조엔을 돌파했으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형태로 주주들의 투자수익을 올려주기 위한 자사주 매입액은 58%나 급증한 5조3,131억엔에 달했다.
일본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선 데는 지난해 6월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이 ‘기업통치지침’을 도입하는 등 정부 주도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세부 행동양식을 제시하는 이 지침은 기업들에 효율적인 현금 활용과 주주중시 태도 등을 요구한다. 또 지난 1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해 보유현금으로 이자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기업들이 주주 환원을 늘리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상장사들의 현금창출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주주 환원의 여지가 커졌다. 신문에 따르면 2015회계연도에 상장기업들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전년도 대비 14% 늘어난 46조2,000억엔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 3월에 끝나는 올 회계연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라증권은 상장사들의 주주 환원이 올 회계연도 17조엔에 달해 3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 기업은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반면 수익제고를 위한 설비투자 등에는 충분한 자금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5회계연도에 전년도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7.8%에 그쳐 미국 주요 500개 기업 평균인 12%에 크게 못 미친다. 신문은 기업들이 주주 환원을 강화하면서 투자자들도 미래의 수익 향상보다 과거의 현금확보를 선호하고 있다며 “성장 자금을 기업에 공급해야 하는 시장을 기업들이 스스로 떠받치는 구도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