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북유럽식 복지·구조개혁 나서자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또 다른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여건의 악화 속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 2ㆍ4분기에 전기 대비 0.4% 성장하는데 그쳐 올해 3% 이상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금과 공기업의 지출 확대를 포함해 재정의 효율적 집행과 금리 인하 등 경기대응적 통화정책을 추진해 더 이상의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많은 정책적 논의는 단기적으로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응해 경제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에 집중돼 있다. 물론 이러한 단기적 대응책은 경기순환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주는 보다 중요한 시사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거시경제적인 건전성을 강화하고 미시경제적인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추진해야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정책, 근로활동 촉진하는데 초점

가계든,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정부든 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언젠가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 발생 후에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소비와 투자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유럽 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경기침체는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 부문에서 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건전 재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의 경우 향후 복지지출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특히 인구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ㆍ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고 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정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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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지난 1990년대 들어 기존의 경제ㆍ사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했다. 규제완화ㆍ시장개방ㆍ감세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복지정책의 초점을 근로활동을 촉진하는 데 맞췄다. 이는 동구권 등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에 직면해 국가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다급해졌고 재정지출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이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아니다. 독일ㆍ네덜란드ㆍ스웨덴 등 유럽의 북쪽에 있는 나라들은 이러한 개혁을 적극 추진한 반면 그리스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 남쪽에 있는 나라들은 개혁을 외면했다. 그 결과 북쪽과 남쪽 사이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됐다. 또 유로화를 공동 통화로 사용하는 17개국이 유로존으로 통합된 후 해외자본이 남유럽으로 몰려와 내수를 과열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비대해진 지출 규모를 줄여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없었다.

빚 선제 대응·규제완화로 효율 높여야

남유럽 국가들이 지출 규모를 줄이기 어려웠던 것은 노동조합ㆍ공무원ㆍ납세자 등 모든 국민들이 이익 집단화해 세금은 내지 않고 혜택만 정부에 요구하는 행태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북쪽에서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줄이고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북유럽과 남유럽의 이러한 차이가 빚어낸 결과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해외시장에서 점점 더 격심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불가피하게 북유럽과 유사한 방향으로 복지개혁과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경쟁 심화로 사회적 갈등이 수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교육제도 개편, 취업지원 시스템 강화, 효과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는 경제환경의 빠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체제에 집착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존 케인스의 말처럼 피할 수 있는 위기는 없지만 극복할 수 없는 위기도 없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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