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리스크 완화 기대감에 기관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코스피지수가 나흘째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유럽 악재가 다소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증시가 1,900 안팎까지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원론적인 합의에 그쳤을 뿐 아직 근본적인 해법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보기는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58포인트(1.62%) 오른 1,795.02를 기록했다. 나흘 연속 오름세다. 이날 지수는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로 장중 1,811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장 막판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1,80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날 증시 상승의 주도세력은 기관이다. 기관은 이날 2,166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나흘동안 1조4,000억원 가까이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전날 정보기술(IT)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기관은 이날에는 자동차ㆍ화학ㆍ정유, 그리고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 취소 루머로 급락했던 건설주 쪽으로 매수 타깃을 이동시켰다. 기관들이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업종별로 발빠른 순환매를 보인 것이다. 기관은 이날 운송장비업종과 화학, 건설업종을 각각 927억원, 890억원, 321억원 사들였다. 여기에 외국인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건설업종은 3.93%, 운송장비업종 3.38%, 화학업종 1.67% 상승했다. 건설주 가운데서는 현대산업이 8.94%로 가장 많이 올랐고, 현대건설(5.76%), 대림산업(4.30%), GS건설(3.88%), 대우건설(3.26%) 등도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자동차에서는 현대모비스(4.87%), 현대차(3.81%), 기아차(1.46%) 등 현대차 3인방과 만도(2.20%) 등 대표 종목이 동반 상승했으며, LG화학(4.17%), GS(3.93%), S-oil(3.87%), SK이노베이션(3.19%) 등 화학 대표 종목도 일제히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책 마련에 합의하면서 유럽발 리스크 우려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덱시아은행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불거졌던 유럽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위기가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을 통해 해소 국면을 보이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동성 대책 마련 이후 위기에 직면한 역내 은행들에 포괄적인 지원을 합의하는 등 방화벽 설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와 국내 기업 실적 기대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안도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유로존 안정 외에도 미국의 경기회복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모멘텀이 존재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안팎까지는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대외변수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방향만 잡혔을 뿐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된 건 아니기 때문에 증시가 일시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수는 있지만 10월 중반 이후는 또다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락팀장도 "독일과 프랑스 정상의 유럽 은행 구제 합의로 유럽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도 않았고, EU정상회담과 G20 재무장관회의, G20 정상회의 등 여러 이벤트가 남아있어 이들 재료의 진행상황에 따라 주가가 다소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