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베를린 장벽붕괴 10주년] '머나먼 통일의 길'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공산정권의 몰락이 도미노식으로 이어지며 유럽은 새로운 재편의 길을 걷고 있다. 올초 유럽 11개 국가가 단일통화권으로 통합됐고, 지난 3월에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구 공산국가들이 서방 연합군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며 동서간의 군사적인 힘의 균형마저 붕괴됐다.또 중부유럽의 폴란드, 헝가리, 체코,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 가칭 G5는 오는 2000년초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활발한 협상을 벌이는 등 유럽 전체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럽권 재통합의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한 독일은 지난 90년 10월3일 공식적인 재통일을 선언한 후 동독 재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서독이 지금까지 동독재건을 위해 쏟아 부은 자금은 연간 GDP의 4~5%에 해당하는 총 5,600억달러에 달한다. 역사상 유래 없는 규모의 재건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서독주민들은 동독지원을 위해 총 220억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같은 지원 덕분에 지난 10년간 동독주민들의 생활여건은 크게 향상됐다. 1인당 소득은 지난 91년 9,184달러에서 지난해 1만6,223달러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동독의 실업률은 17.2%로 서독(8.3%)의 두배에 달한다. 1인당 GDP도 여전히 서독의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건설업에 대한 서독의 보조금이 거의 고갈되면서 지난해 동독의 경제성장률이 2.0%로 서독의 2.8%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최근 엠니드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독인 가운데 서독인들과 동료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동독지역 선거에서 과거 베를린장벽 건설을 주도했던 사회통합당(SUP)이 약진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이같이 동독 재건이 예상 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서독주민들 가운데 동독지원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서독주민들은 「동독인들은 일하기 싫어한다」며 원색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베를린 장벽 붕괴후 10년간 동서독간의 경제력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양측간의 화학적인 융합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독일 디 차이트 발행인 테오 좀머씨는 『국가와 주민들은 통일됐으나 아직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독일의 재통일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은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붕괴 10주년을 맞아 9일 베를린 현지에서 대대적인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기념식에는 당시 베를린장벽 붕괴에 공이 큰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조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헬무트 콜 전 독일수상 등이 참석, 독일 통일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예정이다. 이형주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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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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