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4월 16일] '유소작위' 나선 중국

홍콩경제일보는 최근 중국의 외교노선이 ‘결부당두(決不當頭)’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결부당두는 ‘남 앞에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함께 지난 20년간 중국 외교를 지배한 큰 줄기였다. 그랬던 중국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 행동한다’는 유소작위로 외교노선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소작위는 특히 경제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전략 가운데 하나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흔들고 위안화의 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후진타오ㆍ원자바오 등 중국의 주요 인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달러중심으로 돼 있는 세계경제체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달러화를 흔들어 중국 위안화를 새로운 결제통화로 키우기 위한 장기포석이다. 美달러흔들며 경제적 입지강화
미국 경제의 위기를 틈탄 중국의 이 같은 전략에 동조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외화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러시아ㆍ브라질ㆍ인도 등 신흥경제국가들이 불만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까지 나서 “새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아주 적절하다”고 말해 통화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물론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가능성은 앞으로 상당기간 희박하다. 달러의 위상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로 달러의 위상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1980년대에도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달러화가 위협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1985년 9월 선진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뉴욕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환율을 강제조정함으로써 구겨진 달러화의 체면을 살렸고 이후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캐시카우(수익창출원)산업이 많지 않다.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이 흥해야 생산과 무역이 일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곧 무너질 지경이다. 지금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와 소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두 축이 금융위기로 무너졌다. 세계역사를 보면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항상 세계경제의 중심국이 됐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됐다. 미국도 2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제조업이 융성하면서 20세기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이 달러화 외에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것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금융의 지배에 나서겠다는 야망이 깔려 있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8일 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ㆍ주하이ㆍ둥관 등 5개 도시 및 홍콩과의 거래할 때는 반드시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광둥성 및 창장강 삼각주와 홍콩 및 마카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한 데 이은 2단계 조치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무역결제를 달러로 해왔다. 때가 무르익어 위안화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유소작위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안화 장기적 기축통화 노려
중국을 흔히 ‘만만디[慢慢的]’의 나라라고 하지만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중국은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개혁과 개방의 기치를 내건 후 자본주의로 방향을 틀었다. 국가의 큰 틀을 바꾼 지 30년이 조금 지난 지금 중국은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로 부상했다.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30년 후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도 그때를 대비한 장기전략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