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방으로… 지방으로… 재벌이 달려간다(기업지방화 전략)

지역경제의 탄탄한 진흥없이는 균형잡힌 경제발전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정치민주화와 양립돼야할 경제지방화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경제의 피폐화로 대칭되는 불균형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심과제다. 특히 산업·금융등 경제활동의 40∼60%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지방경제는 잇단 대기업들의 부도로 최근 실업률과 어음부도율이 크게 올라가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지방시대의 기업경영」이라는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의 수도권집중도는 전국을 100으로 할때 91년 인구 43, 사업체수 57, 금융기관 대출금 62, 지자체 세입 38 수준에서 지난해는 인구 45, 사업체수 55, 금융기관 대출금 64, 지자체 세입 39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시대의 경제는 어차피 자유화와 지방화로 갈 수밖에 없다. 개발초기에나 유효했던 중앙정부 중심의 개발전략 대신 다양한 창의와 자율이 요구되는 지방경제시대가 경제발전의 축을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를통해 인구와 자본, 생산력, 정보등의 수도권 과밀화및 지방과소화를 개선함으로써 왜곡된 국가자원의 배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좁은 국토공간의 효율적 사용도 거기에 달려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37돌을 맞아 기업들이 지방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할과 지방화전략및 그에따른 애로사항등을 장기 기획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삼성­전국 6개권역 분할 수원전자·광주가전 부산에 차단지 조성/LG­10개지역본부 가동 구미전자·평택가전 청주에 반도체공장/현대­생산조정본부 신설 울산편중서 벗어나 율촌·아산등 다원화/대우­본사 인천이전계획 호남권 가전·자동차 중부권 전자공장도 LG그룹은 매년 4월 이색적인 회의를 연다. 구본무그룹회장 주재로 열리는 「지역본부장회의」다. 이날은 전국 10개 지역본부에 주재하는 임원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와 「지방화시대, 그룹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하고 그룹차원의 전략을 전달받는다. 지난 95년 지방자치제 출범후 시작된 그룹의 지방화전략에 의해 정례화된 LG의 지역본부장 회의는 지방화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삼성과 현대, 대우, 선경, 쌍룡, 한화, 아남등 주요그룹들은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된 후 그룹차원의 경영을 지역별로 분권화하고 있으며 지방화를 위한 그룹의 장기발전전략도 새로이 마련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대우와 금호, 삼성, LG그룹은 가장 발이 빠르다. 대우와 금호그룹은 그룹본사를 아예 본거지인 인천과 광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우는 인천에 50만평 규모의 부지위에 파크형 그룹본사를 짓고 각계열사 사무실이 집단으로 입주하는 계획을 마련, 인천시와 협의를 진행중이다. 또 금호그룹은 이미 금호타이어가 광주로 본사를 이전한데 이어 장기적으로는 그룹이 모두 광주로 옮겨가 지방기업으로 발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국을 서울·경기, 강원, 대전·충청, 광주·호남, 부산·경남, 대구·경북등 6개권역으로 수원을 전자·멀티미디어와 연구개발단지로, 광주를 백색가전단지로, 기흥을 반도체단지로, 구미를 정보통신단지로 각각 육성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을 자동차 산업단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를 「현대시」로 만들고 있는 현대그룹은 울산편중에서 벗어나 사업장을 전남 율촌과 전북 완주, 충남 아산 등으로 다원화하고 있다. 율촌에는 2001년까지 6조6천억원을 들여 중화학공단을 조성하고 자동차, 정공, 미포조선등 4개 계열사와 협력업체등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또 아산에는 정공과 석유화학, 우주항공이 본사와 공장을 이전, 또 하나의 현대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완주에는 연산 10만대규모의 상용차공장을 가동했으며 인주에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 95년 서울시정개발 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이를 바탕으로 지방사업장의 권한 확대 지방화사업과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연계해 지방행 정당국과의 유대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전국을 구미(전자), 청주(반도체·화학), 여천(석유화학), 평택(가전) 등 10개 지역본부로 나누고 이들 지역본부장들간 정기적인 정보교류와 본사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지방화 경영을 펼치고 있다. LG는 이를위해 광주에 오는 2002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자해 10만평 규모의 첨단소재·부품전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부산 가덕도 신항만개발사업에 참여해 2006년까지 4조4천억원을 들여 항만과 배후도시 5백70만평을 조성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그룹본사를 인천으로 옮기는 방안과 함께 지역별로 거점사업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은 섬유·자동차·중공업·정밀·조선, 대구·경북지역은 가전및 자동차부품위주로 생산을 특화할 예정이다. 또 광주·호남권에는 가전및 자동차공장을, 중부권의 보령지역공단에는 73만평 규모의 고속철도공장과 자동차 주행시험장, 전자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금호그룹은 금호타이어가 이미 지난 94년 본사를 광주로 이전한데 이어 앞으로 그룹본사를 아예 광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호는 이를위해 최근 광주소재 대학에 연구소를 지어 기증하는등 지역경제와의 유대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아남그룹은 광주에 13만평의 부지를 마련, 2000년까지 모두 8천억원을 들여 월 5억개생산규모의 반도체조립공장과 제조장비공장을 짓고 있다. 쌍용그룹은 양회와 자동차생산공장의 지역분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는 서해안의 경기도 송탄에 30만평규모의 부지를 마련해 부품업체및 연구소를 입주시켰다. 이밖에 한나그룹은 시멘트, 중공업, 기계등 각 계열사의 본사를 지역생산거점으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지방화전략과 함께 지방화시대에 맞춰 조직을 유연하고도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개편하고 있으며 지방화에 대비한 인력자원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삼성의 경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지역장을 선임, 그룹을 대표해 권역별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대는 지방화시대에 대응해 각 지역의 생산활동을 조정할 수 있는 생산본부를 신설했다.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화, 개방화의 확산과 거센 물결로 다가오고 있는 지방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고 지방정부를 중심으로한 분권화와 자율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서울에 본사를 둔 그룹은 얼마되지 않을만큼 지방경영은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민병호 기자>

관련기사



민병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