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머니무브 시작됐다] <3> 꿈틀대는 자본시장

절세상품 찾아서… 팔기 바빴던 개인투자자 증시로 대이동<br>분리과세 유전펀드에 뭉칫돈… 올들어 주식 순매수 행진<br>ETF 거래대금도 30% 급증<br>자산규모 클수록 선제적 투자… 사모형주식펀드에 자금 몰려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우리투자증권 GS타워 광역센터에서 열린 '한국투자신탁운용 패러렐 유전펀드 설명회' 에서 투자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패러렐 유전펀드는 올해 출시된 첫 번째 절세펀드로 오는 25일까지 4000억원 규모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사진제공=우리투자증권


지난 22일 오후7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강당에서 열린 재테크 투자설명회에는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매 분기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재테크 설명회에 평균 100명 내외의 투자자들이 참가했지만 이번 설명회는 평소의 두 배가 넘는 투자자들이 찾아와 강당을 빼곡히 메웠다. 신예진 한국투자증권 세무사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세재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절세를 위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며 "특히 투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는 주식 직접투자와 주식형펀드, 주식형ETF 등 주식 관련 상품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바닥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과세기준까지 대폭 강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팔기 바빴지만 올해 들어서는 국내 증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직접투자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난해 국내 증시를 압박했던 유럽 재정위기가 최근 들어 안정권으로 들어서면서 신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 늘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거래일 중 13일을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는 6,106억원으로 지난달 3조원 넘게 내다팔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개인들이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은 올해 종합소득과세 기준금액이 기존의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세금 폭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ㆍ연금실장은 "세제개편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부 예금자산은 약 40조원대로 추정되고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피해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 20조원의 예금자산이 자본시장으로 몰릴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뿐 아니라 주식형펀드와 ETF 등 주식형 상품들에 대한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하루 평균 ETF 거래대금은 6,814억원으로 지난해 12월 5,157억원에 비해 30% 넘게 급증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주식과 마찬가지로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다"며 "배당소득세도 미미한 수준이라 절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전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1,006억원. 지수가 회복세를 보이자 차익실현을 노린 환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PB들은 그동안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오던 고액자산가들은 오히려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동양증권 WPC 강북센터장은 "올해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일수록 선제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1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일부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사모형 주식형펀드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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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었던 IPO 시장에도 봄바람=그동안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1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아이센스의 공모주 청약 결과 1조2,20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이는 지난해 6월 피앤티의 공모주 청약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진행한 포티스 역시 834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IPO 시장이 뜨겁게 타오를 조짐이다. 조효재 우리투자증권 IPO부장은 "지난해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침체기를 겪었던 공모주 시장이 올해 들어 살아나고 있다"며 "지난해 IPO를 진행한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영향으로 신규 IPO 기업들의 공모 희망가격도 낮은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어 공모주에 대한 투자매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자본시장 유입은 대세 될 것=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예금성 상품에 묶여 있던 돈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홍성국 센터장은 "시중금리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성장률도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어 몇 년 안에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는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라며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예금에 묶여 있던 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을 느낀 자금들의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에 대한 조그마한 모멘텀만 나타나더라도 구조적으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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