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잇단 3분기실적 악화 경고 촉각

뉴욕 증시에 우울한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표현조차 하기 싫어하던 'R자 단어(Recession)'을 마침내 사용하기 시작했고, 3분기 중반이 지나면서 기업들에선 벌써부터 실적 경고가 나오고 있다.하반기에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지금껏 나온 거시 지표나 기업들의 소식은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주 뉴욕증시의 관심은 금리인하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경고가 될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21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된다. 금리가 내려간다는데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올들어 여섯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음에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증권은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뉴욕 월가에서는 이번에 0.25%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음번 FOMC에서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두번에 걸쳐 모두 0.5% 포인트의 인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월가의 관심은 금리 인하와 동시에 나오는 FRB의 발표문에 있다. FRB가 발표문을 통해 추가금리 인하를 시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7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15년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기 때문에 금리인하 여력이 높은 것으로 월가의 페드워처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FOMC 이외에도 ▦20일 산업선행지수(7월) ▦21일 소매체인점 판매 ▦24일 신규주택 판매동향(7월) 등이 발표된다. 3분기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수시로 실적 경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주에는 델 컴퓨터, 휴렛패커드, 포드, 갭 등이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경고함으로써 주식시장에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기업들의 실적 경고는 예고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번 주 증시는 금리 인하보다는 기업 실적에 더 목을 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나스닥 지수가 4.6% 하락, 1,900 포인트마저 무너졌고, 다우존스 지수도 1.7% 하락하는등 하락세가 지속됐다.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쏟아져 나온 17일에는 나스닥 지수이 3.3%, 다우존스 지수는 1.5% 폭락했다. ◇3분기 실적도 악화 기업경영예측기관인 퍼스트콜은 지난 4월 1일자로 올 3분기에 S&P 500 지수 구성 기업들의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6% 상승하고, 4분기에는 12.6% 상승,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퍼스트콜은 올 3분기도 500대 기업의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3.2% 하락,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2분기와 다를바 없다고 전망했고, 4분기도 0.7% 하락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퍼스트콜의 전망 수정을 뒷바침이라도 하듯 지난주에는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들이 잇달아 실적 경고를 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사는 3분기 자동차 판매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 연말까지 사무직 직원 5,00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에 8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델 컴퓨터는 3분기에도 애널리스트들의 수익 전망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프린터 메이커인 휴렛패커드도 3분기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90% 하락하고 매출도 14%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PC와 프린터 업체들은 수요 감소와 가격경쟁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9월학기부터 새학년이 시작되는 개학 특수에도 수요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실적 경고를 한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 3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는 하반기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29일에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달 말에 발표된 0.7%의 추정치보다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추정치가 발표될 때 집계되지 않았던 6월 무역통계와 산업 재고, 건설경기 동향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기 때문에 2분기 GDP가 93년 1분기에 마이너스 0.1%를 기록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정의하는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2분기 이상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3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않고, 달러 강세기 지속될 경우 미국은 올해로 10년 호황을 종식하고 불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뉴욕 증시를 덮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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