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 탐욕만 판치는 M&A시장

"한마디로 대주주와 투자은행(IB)들을 위한 돈의 논리만 판친 딜이었습니다."

올해 최고 관심을 모았던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을 지켜본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통상 매각 측은 더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고 인수 측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매각 과정을 보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주주는 돈만 많이 주면 어디에 매각돼도 좋다는 식이었고 매각 진행 과정에서 온갖 언론플레이가 난무하면서 자고 나면 협상 결과가 번복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한 하이마트 직원들도 딜 종료 후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대주주에 대해 배신감만 남았다"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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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관계자들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인수후보들과 번갈아 가며 협상을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매각을 지켜보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돈만 생각하는 대주주의 모습만 오버랩 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매각이 정도를 벗어난 딜로 혹평을 받고 있는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대주주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고 이를 부추긴 글로벌 IB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가격을 더 받기 위해 중국 업체인 콩카까지 끼워 넣은 것은 직원들의 자존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는 비난도 있다. 웅진코웨이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중국 콩카가 새주인으로 유력하다는 말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의 이 같은 행태는 글로벌IB들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IB가 선호되는 것도 가격을 높게 받아줄 수 있는 협상 노하우를 믿기 때문"이라며 "외국계 IB들 역시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인수후보 간 가격을 올리도록 자극하는 언론플레이도 서슴지 않는 등 도를 넘어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주주 이익을 위해 돈이면 다 된다 식의 딜은 결국 그 후유증을 직원들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착한'대주주와 IB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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