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엉클 샘'의 추락… 달러 몰락 서막인가

AAA→AA 사상 첫 강등… 英·獨보다 낮아져<br>"달러화 몰락 서막" "美국채 투매 없을것" 갈려


세계 최대 경제강국인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미국은 이에 따라 '미국 국채=절대안전'이라는 신화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 투자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굴욕을 겪게 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 '로 한 단계 낮췄다고 발표했다. S&P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최근 증세에 합의하지 못한 점을 반영했다"면서 "증세는 중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S&P가 지난 1941년 이후 70년간 유지해왔던 미국의 최고 등급을 내림에 따라 미국은 영국이나 독일보다 낮은 이등국가로 주저앉게 됐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안전한 자산으로 꼽혀온 달러화와 미 국채의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100여년간 세계를 이끌어온 '엉클 샘'의 쇠퇴를 재촉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이 빚진 돈으로 호사를 누렸던 시절은 끝났다"고 꼬집었고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몰락의 서장"이라고 진단했다. 전세계 800년에 걸친 금융위기의 역사를 분석한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6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역사를 되짚어본다면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20세기 초 영국을 대신해 세계 주도권을 차지했으며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4년 브렌턴우즈 체제가 출범하며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 한때 전세계 총생산의 40%를 차지하며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했던 미국은 그러나 엄청난 무역ㆍ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허리를 졸라매는 대신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해 손쉽게 이를 메워왔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14조3,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3%에 달한다. 미 국민 1인당 4만6,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와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대립으로 '제국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당장 미 국채에 대한 투매 등 엄청난 파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여전히 미 국채는 안전한 자산이며 무엇보다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기본전제에 대한 믿음이 손상됐다는 점에서 자산시장의 변화와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결제수단을 찾는 국제적인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채 1조1,600억달러를 들고 있는 중국은 세계 화폐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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