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스포츠

시련 닥쳐도 여유만만 진짜 승부사 된 박태환

베이징 이후 부침 겪으며 한단계 성숙<br>2개 대회 연속 2개 메달 목에 걸어<br>자유형 1,500m서 마지막 금 도전


"공동으로 시상대에 올라간 게 수영 인생에서 처음이라 뜻깊은 것 같아요. 같은 동양인이 같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의미가 큰 것 같고요."

박태환(23∙SK텔레콤)은 마냥 해맑게 웃었다. 이틀 전 '실격 번복'의 당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았다.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박태환은 1분44초93으로 은메달을 땄다. 라이벌 쑨양(중국)과 똑같은 기록의 공동 은메달이었다. 금메달은 1분43초14를 찍은 야니크 아??프랑스)의 차지. 4년 전 베이징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던 박태환은 이 종목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에 이은 두 번째 은메달이다.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남자 선수 중 하계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2개의 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박태환이 유일하다. 이날 150m 구간에서 3위로 밀리기도 했던 박태환은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귀중한 은메달을 챙겼다.


200m는 박태환의 주 종목도 아닌 데다 강자들이 넘쳐나기로 악명 높은 종목이다. 펠프스가 출전을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박태환의 메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더욱이 주 종목인 400m에서 실격 번복을 겪은 뒤라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자신의 통산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관련기사



박태환이 이번에 돋보인 점은 좌절의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특유의 여유와 마인드 컨트롤이다. 세계신기록 작성을 공언하고 출전한 400m에서 뜻밖의 암초에 걸렸지만 곧바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도전자의 자세로 남은 경기에 임한 것이다. 박태환은 400m에서 쑨양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 "쑨양 같은 훌륭한 선수를 바라보며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쑨양은 다름 아닌 박태환을 우상으로 삼아 급성장한 선수였다.

박태환의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마인드 컨트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체득됐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400m)을 캐낸 박태환은 2009로마세계선수권에서 출전 전 종목 결선 진출 실패라는 혹독한 좌절을 겪었다. 한때 수영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으로 극심한 공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물로 돌아온 박태환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부활의 신호탄 삼아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섰고 이제는 경쟁을 초월한 '즐기는 승부사'가 됐다.

박태환은 "신체 조건이 좋아야 하는 단거리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 값진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게 행운"이라며 "메달을 못 따더라도 그런 선수들과 레이스 한다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보니 도박사들이 나를 5위로 예상했더라. 그래서 최소한 5위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은 박태환은 "교회는 안 다니지만 하느님이 하늘에서 값진 은메달을 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3∙4일 열리는 자유형 1,500m를 마지막으로 대회를 마친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