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1심에서 기각된 가처분신청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일부 재벌들이 신주인수라는 편법을 동원하여 재산을 증여하려는 것에 대해 일대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앞으로 재벌들의 변칙적인 상속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번 사건은 아직 본안판단(신주발행무효확인 소송)을 남겨둔 상태지만 앞으로 본안 판단이 확정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건 개요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지배주주로 있는 삼성SDS는 작년 2월26일 제3자 배정방식으로 23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SK증권을 통해 발행당일 李회장의 아들 재용(在鎔)씨와 딸인 부진·서현·윤형씨, 그리고 삼성그룹 임원인 이학수·김인주씨에게 전량을 매도했다. 이들은 신주발행 당시 1주당 장외거래 가격이 5만4,750원이던 주식을 주당 7,150원씩 넘겨 받았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인해 李회장 자녀들의 지분율은 14.8%에서 25.1%로 높아졌으나 일반 소액주주들은 18.3%에서 14.5%로 지분이 감소됐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
재판부는 우선 삼성SDS의 이사회가 특수관계에 있는 李회장의 자녀들과 일부 회사임원들에게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보았다. 또 신수인수권의 내용에 관한 정관의 규정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도 정확해야 하는데도 삼성SDS의 정관은 신주발행각격 등 신주인수권의 내용을 구체적이고도 확정적으로 정하지 아니했다.
특히 삼성SDS의 정관에는 이사회에 그 결정을 포괄적으로 일임하고 있어 상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삼성SDS는 신주발행가액 등 신주인수권에 내용에 관해 그 정관에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신주를 발행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했다.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2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늬 수에 의한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SDS는 아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파장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의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사건과 관련해서는 BW 인수자인 이재용·부진·서현·윤형씨, 이학수·김인주씨 등은 본안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양도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지 못하게 된다. 또 삼성SDS도 신주인수권증권에 대해 주식을 발행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확정판결이 날 경우 제일 삼성SDS측은 정관을 바꿔야 한다. 현재 삼성SDS의 정관에는 신주발행가액, 신주인수권의 행사비율 등 신주인수권의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SDS측이 본안판단(신주발행무효확인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을 경우 법적효력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李회장의 자녀등에게 넘겨주었던 신주인수는 모두 회수해야 한다. 또 만약 이들 자녀들이 제3자에게 신주를 넘겨주었더라면 효력이 소급적용되기 때문에 신주를 넘겨받은 사람은 이를 넘겨줘야 한다.
◇삼성측입장 삼성은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단지 「가처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 전환사채(CB)에 대해서도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본안 소송에서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재점검한다면 결코 법적인 하자가 없었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연히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SDS측은 아직 법원결정문을 못받았다면서 법원의 결정문이 나오는 즉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SDS측은 신주인수권의 행사기간은 2000년2월27일~2002년2월25일이서 원칙적으로는 2년간 전환행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SDS 관계자는 『앞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계획은 참여연대측이 지난 4월27일 본안소송을 낸 관계로 결과를 지켜 본 뒤 임시주총등을 거쳐 재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란=채권자에게 발행 후 소정의 기간이 지난 뒤 일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일정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발행회사는 자금조달 코스트가 낮은 자금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사채발행과 신주발행을 통하여 사채액면 총액 2배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된 후 사채권자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가 발행되면 자본이 늘어난다.
김정곤기자[email protected]
입력시간 2000/05/09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