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감귤 카라향 키워 수입 오렌지에 맞대응"

■국내 첫 한라봉 재배 문태전씨, 한미FTA 전략은<br>기존 감귤과 수확시기 다르고<br>당도 높고 맛좋아 경쟁력 자신



수입 오렌지 돌풍 잠재울 '신기한 과일'
"감귤 카라향 키워 수입 오렌지에 맞대응"■국내 첫 한라봉 재배 문태전씨, 한미FTA 전략은기존 감귤과 수확시기 다르고당도 높고 맛좋아 경쟁력 자신

서귀포=김영필기자 [email protected]

























"5월부터 6월에 수확하는 감귤인 카라향을 키우면 수입 오렌지ㆍ키위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문태전(사진 위)씨. 그는 지난 1990년대 초 제주에서 처음으로 한라봉을 재배한 사람이다. 지금은 고급 감귤인 한라봉이지만 처음에는 주변인들이 모두 재배를 말렸다. 일반 감귤에 비해 크기가 큰데다 못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직접 전국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한라봉을 선전했다. 그때까지 부지화ㆍ데코봉이라고 불리던 감귤에 '한라봉'이라는 이름도 그가 처음 붙였다. 한라봉이 맛 하나는 일품이었다. 결국 한라봉 주문이 밀려들었고 지금은 제주의 많은 농가에서 한라봉을 키운다.

그런 그가 한라봉을 접고 카라향으로 돌아섰다. 기존의 고급 감귤인 한라봉ㆍ천혜향ㆍ레드향 등이 모두 4월이면 출하가 끝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해 일부 수확했고 올해부터 본격 생산을 하고 있다.


"한라봉이나 천혜향 같은 것은 2월부터 4월까지 출하가 몰려요. 수입 오렌지나 키위는 계속 들어오는데 카라향은 5월에서 6월이 제철이기 때문에 좋은 대체품목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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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향의 장점은 수확시기가 늦다는 점이다. 어떤 과일이든 제철에 딴 것이 제 맛이다. 한라봉도 보관한 지 2개월 정도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입과일이 계절과 관계없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감귤농가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라향은 보통 무게가 150g 정도로 큰 귤만하다. 한라봉 못지 않게 당도도 높다. 특히 문씨가 키우는 카라향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상품으로 한라봉과 비슷하게 겉이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문씨는 "아무리 맛이 좋은 과일이라도 판매가 몰리는 시점에 나오면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며 "기존의 주요 감귤의 판매가 끝난 뒤에 나오니까 파는 데도 애로가 없고 소비지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문씨는 약 6,611m²(2,000평)의 비닐하우스에 카라향을 키우고 있다. 한겨울에도 난방할 필요가 없어 한라봉보다 비용이 35~40% 정도 덜 든다. 문씨는 올해 카라향을 17톤을 생산했는데 매출액만 1억원, 순소득은 8,000~9,000만원가량 된다. 국내 농가도 FTA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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