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기의 세계경제 어디로] <1>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교수

3대 악재 동시에 터지지 않는 한 최악 경제위기로 치닫는 일 없을 것<br>이탈리아 스페인 개혁 못하면 독일 지원 끊겨 유로존 이탈 불가피<br>중국 수출주도 성장 한계… 소득불균형 완화 등 해결 시급<br>규제로 비교역부문 경쟁력 상실… 한국,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일본을 보라" 한국에 의미심장 충고
[위기의 세계경제 어디로]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교수3대 악재 동시에 터지지 않는 한 최악 경제위기로 치닫는 일 없을 것

뉴욕=이학인특파원 [email protected]
































이탈리아 스페인 개혁 못하면 독일 지원 끊겨 유로존 이탈 불가피
중국 수출주도 성장 한계… 소득불균형 완화 등 해결 시급
규제로 비교역부문 경쟁력 상실… 한국,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글로벌 경제의 '퍼펙트스톰(perfect stormㆍ동시다발적인 강력한 폭풍)'은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69ㆍ사진) 뉴욕대 교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 정치적 대립에 따른 미국경제의 재정절벽(fiscal cliffㆍ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레 줄거나 중단돼 발생하는 경제 충격) 현실화, 중국의 불안정한 정권교체와 개혁이행 실패 등 3대 악재가 동시에 터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위기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페인과 더불어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인 이탈리아에 체류하고 있는 스펜스 교수는 지난달 20일 서울경제신문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문제 국가들의 성공적인 개혁과 유로존의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와 유로존 붕괴라는 두 가지 상황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국가별 또는 다국적 차원에서 정치적 대응, 긴급한 조치가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따라 유로존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KDI)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경제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제조업 등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췄으면서도 규제 등으로 비교역적인 부문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데 현지 경제상황이 어떻습니까.

▦매우 복잡하지만 유로존이 지원에 나선다면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이탈리아는 연금ㆍ세제ㆍ노동시장 등 광범위한 개혁을 실시해야 합니다. 유로존의 지원이 없다면 이탈리아 국채의 수익률은 더욱 치솟고 개혁 인센티브는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실패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큰 나라입니다.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위기를 몰고 왔던 미국 부동산 버블 정도의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유로존을 탈퇴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페인의 실패와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스페인이 빠져나가더라도 유로존은 지탱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상당한 디플레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로존 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로존에 속한 여러 나라들은 과거 독일과 같은 수준의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시장도 이를 용인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부 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민간투자, 경쟁력과 관련이 있는 분야의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과 통화의 평가절하가 이뤄져야 했지만 유로존 내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유로존의 미래는 어떨까요.


▦유로존 위기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이 실질적인 개혁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만약 이들 국가가 개혁을 포기하거나 목표에 미달할 경우 지원은 줄어들 것입니다. 이는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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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를 다중적인 균형(multiple equilibrium)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 국가들의 개혁이 성공하고 유로존의 핵심이 은행들과 국채시장에서 지원하는 경우와 유로존이 분열하는 것입니다. 이 균형은 개별국가 단위와 다국적인 차원에서 정치적 대응과 긴급조치(circuit breakers)에 좌우될 것입니다. 어느 것이라도 실패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맞을 것입니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 유로존 재정통합이 각국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합니다. 만약 장기개혁이 불가능하다면 유로존은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할 것이고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부양정책에 다시 나서고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일반론적으로 답하기는 어렵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니요'입니다. 중앙은행들이 필요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삭감, 교육투자, 노동시장 개혁, 투자와 성장을 위한 세제변경 등은 그들의 범위 밖에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국내적 또 국제적으로 자원분배 왜곡이라는 비용이 뒤따릅니다. 통화완화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유로존의 위기와 미국의 성장둔화,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더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빈약한 경제회복으로 글로벌 경제 전반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재정절벽 문제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의회가 구성되면 심각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퍼펙트스톰 상황이 되려면 유로존 붕괴, 정치적 분열에 따른 미국의 무기력, 중국의 불안정한 정권교체로 인한 구조개혁 실패 등이 겹쳐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진다면 글로벌 경제는 아주 오랜 기간 침체를 맞게 될 것입니다. 자유무역을 대신해 보호무역주의 흐름 역시 가속화될 것입니다.

-중국경제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개방을 표방한 1978년 이후 30년간 중국이 취해온 투자와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은 한국과 일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그 모델은 한계에 달했습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도 이를 알고 12차 5개년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총수요에서 국내 부문(투자와 소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소득불균형은 완화돼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정치ㆍ사회적 불안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들이 협력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은 그들의 개발전략이 글로벌 경제를 불안하게 하거나 잘못된 성장 패턴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국 문제에만 신경을 쓰면 됐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닙니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이머징 국가들의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모임인 'G8'아니라 'G20'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경상ㆍ자본수지, 무역적자, 금융규제, 국제통화기금(IMF)과 환율제도 개혁 등 주요 현안들을 푸는 데는 글로벌 공조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이머징 경제의 양적 성장과 시스템적 영향 증대에 따라 불가피합니다.

-저서 '넥스트 컨버전스(Next Convergence)'에서 한국을 성공적인 경제발전 모델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한국은 방향을 잘 잡고 있습니다. 기술ㆍ교육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경제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힘입니다.

다만 한가지를 말하자면 일본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역이 불가능한 부분에서는 규제 때문에 경쟁이 제한됐고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렸습니다. 한국은 교역 부문과 비교역 부문 모두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이 많은 산업에서 한국에 고객인 동시에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과 유연성이 요구됩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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