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동남아, 유럽, 미국에서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세용(朴世勇) 현대 구조조정위원장(회장)은 『해외투자가들에게 현대의 구조조정 성과를 설명해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앞으로 현대는 이같은 해외 기업설명회를 매년 한차례씩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지난 95년부터 구조조정을 총지휘하고 있는 있는 朴회장은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답게 강한 추진력으로 그룹의 최대현안인 구조조정작업을 신속하고 깔금하게 주도하고 있다.
현대의 구조조정 실적에 대해 朴회장은 『현대의 구조조정 실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하고 『현대는 당초 목표치를 초과달성했으며 국내 그룹중에서 구조조정을 가장 잘 이룩했다』고 설명했다.
朴회장을 만나 해외로드쇼 성과와 구조조정 추진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현대가 처음 개최한 IR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축하드립니다. IR 단장으로서 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IR을 개최한 동기는 무엇인지요.
아시아 금융위기로 세계 도처에 있는 투자가들을 직접 만나 기업설명회를 열 필요를 느꼈습니다. 해외투자가들을 만나 현대의 구조조정을 설명해서 투자가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주요 계열사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IR을 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처음으로 설명회를 열었는데 호응이 예상보다 컸습니다. 한명의 투자가가 여러 회사의 최고경영진을 만날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24일 국내에서 IR을 실시하고 29일에는 일본에서 개최할 계획입니다.
-성공적인 IR로 인해 현대가 부채비율 200%를 맞출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해소시켰다고 봅니다. IR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손꼽는다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여러 분야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메릴린치의 기초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먼저 해외투자가들에게 현대의 구조조정 결과를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점입니다. 또 5대 핵심업종에 대해 투자가들에게 설명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투자가들의 층을 두껍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IR을 여는 기간중 코스피지수는 평균 14.3% 올랐지만 현대전자가 40.65%, 자동차가 34.96%, 중공업이 18.45%, 상선이 27.35%나 껑충 뛰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IR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해외투자자들은 기업의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관심을 많이 표명했습니다. 현대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이 재편되서 어떻게 흘러갈지에도 관심이 보였습니다. 밀레니엄시대에 현대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투자가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또 현대의 부채비율 200% 달성 가능성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투자가들에게 수치를 하나씩 들면서 설명을 했더니 모두 이해를 했습니다.
-IMF사태이후 경영투명성과 현금흐름문제가 많이 제기됐는데 현대는 이 부분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요.
IR과정에서 외국투자가들로부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대는 종합기획실을 폐지하고 사외이사제를 지난 97년 가장 먼저 도입했습니다. 각 계열사의 이사회와 주총의 위상이 강화되서 그룹이 더 이상 중요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위원회의 기능은 공정거래법상의 동일인 규정, 여신관리업무 등 공통적인 일을 하는데 국한됩니다. 그룹전체의 투자결정 등 중요사안에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각사의 경영은 이사회결의에 따라 주총에서 최종결정합니다.
-올들어 대대적인 몸집줄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열사 정리는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요.
지난해말 현재 79개인 계열사수를 연말까지 26개로 줄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무적인 업무는 모두 끝나고 법적인 절차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현대석유화학과 현대강관, 현대정유이 남았으나 조만간 마무리 될 것입니다. 대한알루미늄은 알코아사에 거의 매각이 완료됐습니다. 기업분리 및 매각작업이 계획보다 잘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최근 그룹 부채비율을 당초 약정비율 199.1%에서 180%대로 낮추기로 했는데 목표달성에 문제가 없습니까.
당초 약속한 부채비율 199.1%는 가장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현대는 다른 그룹과 성격이 다릅니다. 주력업종인 현대건설과 상선은 속성상 부채비율이 높습니다. 그룹차원에서 부채비율을 맞추다보니 다소 여유를 두고 199.1%로 정한 것입니다. 만일 현대가 199.1%를 달성하면 억지춘향식으로 간신히 맞췄다는 소리를 듣게 돼서 180%대로 낮춘 것입니다. 현대는 실질적으로 성실히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약정보다 개선된 실적을 올릴 것입니다.
-3·4분기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률이 63%로 4대그룹중에서 가장 저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대의 목표 이행률 63%는 실상을 알고 보면 저조한 것이 아닙니다. 당초 계획보다는 106% 초과달성한 것입니다. 현대는 기아와 LG반도체 인수 때문에 유상증자가 4분기에 집중될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아는 경영정상화가 우선과제이므로 증자시기를 연말로 잡았습니다. LG반도체는 현대전자와 통합문제가 걸려 있어 늦출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천제철, 대한알루미늄 등 대형계열사의 매각이 모두 모두 4분기에 예정돼 있습니다.
-국내기업중 처음으로 최적재무구조 기준제를 도입한 이유를 말해주십시요.
현대의 계열사는 대부분 세계 10위안에 드는 기업입니다. 앞으로 업종별로 G-5 또는 G-3 에 드는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에 버금가는 재무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동종업체의 최적재무비율을 산정해서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중후장대한 사업의 취약성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차입경영으로는 더 이상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수 없습니다. 투자비용을 은행에서 조달하지 않으려면 이익을 많이 내야 합니다. 자본시장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물론 현대의 지분률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는 문제는 없습니다. 소유주식수를 가지고 기업을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의 기업문화는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는지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이 곧 현대의 기업문화입니다. 강한 추진력과 창의력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현대의 21세기 기업문화는 기존 장점을스피드, 지식, 디지털경영 등 새로운 패러다임속에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실망스러운 일을 말해주시지요.
전문경영인으로 항상 보람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특별히 보람있는 일은 없습니다. 실망스러운 때는 자신이 한 일이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할 때입니다.
현대건설에 근무할 당시 괌에서 둘째딸이 태어났을때 태풍이 불어서 핏덩이 딸을 돌보지도 못하고 직원을 먼저 피신시켰습니다. 그일로 아내는 평생 섭섭한 마음을 보였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현대에 33년동안 근무하면서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신조로 일했습니다.
-21세기 현대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5대핵심업종의 계열사들이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일입니다. 주력사들이 G-3에 진입하도록 꾸준히 기술혁신을 할 것입니다. 세계유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도록 연구개발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기술합작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해서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대담:이종승(李鍾承) 부국장 겸 산업부장[email protected]
정리=연성주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