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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잘 나가던 석탄업자들, 공급 과잉에 경기 부진 겹쳐 발동동

호경기 시절 앞다퉈 증설… 전력수요 줄며 판매 급감… 가격 예년의 3분의 1로 뚝<br>항구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자연발화까지 발생 이중고

대표적인 석탄 화물 운송 항구인 허베이성 친황다오항의 석탄 하치장에 석탄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최근 중국 석탄 광산업체들은 공급 과잉에다 경기하강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재고 적체, 석탄가격 급락 등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출처 : 중국경제보도


승승장구하던 중국의 석탄 광산업자들이 공급 과잉에다 경기 부진으로 석탄 가격이 급락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한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 활황 여파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탄업자들은 그야말로 호시절을 구가했다. 중국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 수요가 늘어나면서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 호황에 편승해 광산업자들이 대규모 생산 증설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한데다 올 들어 경기 하강으로 전력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석탄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자들은 저가에 석탄 물량을 내놓고 있지만 그나마도 구매자를 찾지 못해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석탄 화물 운송 항구인 허베이성 친황다오항의 석탄 재고량은 지난 17일 현재 942만톤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8년 11월의 941만5,000톤을 넘어섰다. 친황다오항 석탄 교역시장에 따르면 석탄 가격은 지난 5월초부터 7주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 20일 현재 톤당 729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주보다 3.06% 떨어진 수치다.


산시성의 한 석탄업체 판매 책임자인 진완씨는 "친황다오항에 20만톤의 재고를 갖고 있지만 팔리지 않아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시의 모 발전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리가 석탄 광산을 찾아가 원료를 어렵게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수급 상황이 변해 석탄 업체들이 우리에게 와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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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후베이성의 에너지업체인 후베이능위앤은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석탄 생산지역인 네이멍구 자치구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남방의 주요 에너지 업체들이 필사적으로 광산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었다. 하지만 후베이능위앤은 올 들어 더 이상 사무소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광산업체들이 직접 거래처를 찾아와서 석탄을 세일즈하는 마당에 굳이 현지 사무소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석탄 광산이 몰려있는 네이멍구 자치구 얼워도스의 구라번 석탄 광산은 지난 5월 판매량이 1만여톤에 그쳤고 그마나 가격도 예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석탄 수요가 줄어든 것은 업계의 공급 과잉 문제도 있지만 경기 하강으로 공업생산이 줄어들면서 석탄 수요가 현저히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베이성의 한 발전소 관계자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고 일부 기업들은 몇 개월 동안 이미 생산을 중지했다"며 "이에 맞춰 전력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석탄 수송을 위해 베이징과 청더를 연결하는 징청 고속도로에는 수백킬로미터에 걸쳐 트럭들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이같은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석탄 시장 분석가인 치아오롱은 "최근 몇년간 석탄 시장이 호황을 이뤘기 때문에 업자들이 눈앞의 이익만 보고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했지만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이같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황다오항의 석탄 시장 분석가인 안지위앤은 "석탄 산업은 현재 재고 적체에다 경기 부진에 따른 전력 수요 급감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항구에 석탄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자연 발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친황다오 항구에 쌓여있는 석탄, 특히 갈탄은 발화점이 비교적 낮아 자연 발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화재를 진압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7월과 8월 등 여름에 자연 발화율이 갈수록 높아져 석탄업체들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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