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곧 돌을 던질 것이다

제10보(170~200)



흑73이 놓였을 때 서봉수가 말했다. "흑이 뭔가를 노리고 있어. 암암리에 뭔가 결정적인 한방을 도모하는 느낌이야."(서봉수) "뭐 대형 사고만 안 나면 아직도 백이 조금 이기는 것 같아요."(김성룡) 흑75가 놓였다. "이게 있었어."(서봉수) "뭐 백이 모조리 잡히기야 하겠습니까."(김성룡) "모조리 잡힐 수도 있지."(서봉수) 흑79가 놓이자 중원의 흑 5점이 부활했다. 그러므로 백은 80으로 따내지 않을 수가 없다. 흑81이 놓였을 때는 김성룡9단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역전 무드로군요."(김성룡) 흑91이 결정타였다. 이것으로 우변의 백대마가 모조리 잡혔다. 장쉬가 흑93으로 몰자 이세돌은 이쪽을 따내지 못하고 백94로 젖혀 살자고 했다. 참고도의 백1로 따내면 흑2로 간단히 우변 백대마가 전멸하는 것이다. 장쉬 역시 초읽기에 몰렸지만 그는 다급하면 언제나 상변의 패를 따내면 되므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입장이다. 장쉬가 흑97로 상변의 패를 따내자 이세돌은 얼른 응수를 하지 않고 30초쯤 뜸을 들였다. 필자가 서봉수에게 물었다. "신경질 나는데 확 손을 빼는 건 어때?"(필자) "좌상귀의 흑이 살고 백이 죽으면 안팎으로 55집에 달하는 큰 곳이야. 손을 빼는 것은 말도 안돼."(서봉수) "그렇다면 곧 백이 돌을 던지겠구먼."(필자) "그렇다고 봐야지."(서봉수) 한편 김성룡은 백의 역전패를 기정 사실로 보고 동시대국중인 다른 판으로 눈을 돌렸다. 김형환이 콩지에를 꺾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계속해서 조한승과 백홍석의 승전 소식과 목진석, 박정상, 강동윤의 패전 소식이 들어왔다. "줄초상이군요. 거기에다 가장 유력한 이세돌마저 무너졌으니."(김성룡) 그러나 이세돌은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최후의 재역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97…88의 왼쪽. 98…87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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