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예산 줄고 기부금 뚝… 상아탑도 불황 먹구름

하버드, 도서관 등 구조조정<br>그리스는 대학 폐쇄 법안도


세계를 뒤덮은 불황의 먹구름이 미래의 인재를 키워내는 상아탑에도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악화로 대학 예산지원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기부금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31일 회동하는 그리스 의회가 '국가경제의 필요에 부합할 경우' 대학들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수십개에 달하는 대학 폐쇄의 길을 열게 되는 이 법안은 조만간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코스타스 아르바니토포울로스 그리스 교육부 장관은 한 TV방송에 출연해 "1,100만 인구의 국가에서 40개에 달하는 대학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 같은 나라의 대학 수는 7~8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립대들도 팍팍해진 예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버드대의 기부금이 금융위기 이전 370억달러 규모에서 2009년 260억달러까지 급감했다가 이후 다소 회복됐지만 아직도 32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고 30일 전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당시 재정악화를 이유로 건설을 중단했던 과학센터는 당초의 절반 규모로 축소해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며 연간 1억6,000만달러 이상 소요되는 도서관 시스템도 주요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도서관 직원 수는 2008년 말 이래 20%가량 줄었고 학술지 구독이나 서적 구입도 비용삭감의 주요 항목이 됐다. 예일이나 프린스턴 등 다른 사립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정부의 예산배정이 주요한 자금조달원이 되는 공립대들의 경우 등록금을 대폭 올리고 비싼 등록금을 적용하는 외부 학생의 비중을 늘리면서 미국 고등교육 시스템 붕괴 우려마저 낳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1년 주정부 이하 지자체들이 공립대에 지출한 예산(물가조정 기준)은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정부가 공공 고등교육기관 학생에게 지원하는 1인당 비용은 1986년 8,025달러에서 2011년 6,290달러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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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뉴햄프셔주립대의 경우 20년 전 주정부가 배정한 자금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32%였지만 지금은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외부 학생의 비중을 크게 늘려 1991년 39%이던 외부 학생 비율은 지난해 47%, 올 가을에 시작되는 새 학기에는 5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불황과 저출산 고령화로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일본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해 대규모 적자누적에 시달리는 대학들의 폐교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문부과학성이 사립대나 2년제 대학 '사학보조금' 지급여건을 대폭 강화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보조금 삭감규모를 기존의 최대 5배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재무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통폐합 압력도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문을 닫는 대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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