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보아오 포럼 폐막] 中 "위안화, 亞 기축통화 만들겠다"

한껏 당당해진 위상…'亞맹주 자리굳히기' 호소·압박<br>"당분간 위안화 국제화 어렵다면 아시아서라도" 의지<br>"신흥·개도국 단결해 위기극복 나서야" 中주도권 부각<br>금융위기 촉발한 美·국제기구 역할은 애써 깎아내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미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 제8차 보아오(博鰲)포럼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전면 협력과 통화스와프 확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데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견제로 위안화의 국제화가 당분간 어렵다면 아시아 지역에서라도 위안화를 무역ㆍ투자 등 국제거래에 다면적 교환성을 갖는 기축통화로 우선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전후해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환 이슈를 적극 개진했으나 미국과 유럽국들의 견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일 폐막한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측 참석자들뿐 아니라 해외 참석자들은 중국의 위상변화와 함께 아시아의 지도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한껏 높아진 자신감과 의지를 눈을 비비며 새롭게 지켜봤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그 개혁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 제2~3위 경제대국에 맞먹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중국이 오는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6조달러 규모의 ‘중-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새롭게 창설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중-아세안 투자협력 기금’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것이 그것이다. 또 역내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 범위와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위기대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 지역의 투자ㆍ무역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실상 기축통화로 삼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에서 중국이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더라도 맞설 것은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주도국으로 우뚝 섰으니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중국에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이자 동시에 압박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협조와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원 총리는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전세계, 특히 아시아 각국이 단결하고 전면적으로 협력해 위기극복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서구 등 전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원 총리는 “경제무역 분야의 협력과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타파, 적극적인 자유무역지대 건설, 금융 재정 분야의 협력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 투자확대 등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행장도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생한 만큼 선진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 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 지역 내 금융위기 해결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국제기구의 역할과 위상을 애써 축소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실패에 대한 중국 측의 지적은 반대로 중국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미부여도 잇따랐다. 정신리(鄭新立) 중국공산당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달러화의 통화팽창에 따라 미 국채 가치가 떨어져 투자국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이 단결해 미 국채 가격을 달러의 통화팽창에 연동하도록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중국은 외환보유고 가운데 70%가 달러자산으로 계란의 대부분을 미국이라는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만약 미 달러화가 절하되면 우리의 계란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미 국채 추가 매입 중단 등을 은근히 시사했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은 “유럽이 중국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유럽 투자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정계 지도자들의 발언에서도 중국의 높아진 위상은 확연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보아오포럼 만찬에서 ‘미국과 아시아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동아시아가 글로벌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전세계의 경제중심이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더 커질 것”이라면서 “중국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며 중국을 빼놓고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아오포럼에 처음 참석한 한국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포럼에는 비아시아권 외의 기업들도 많이 참여한 것 같았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 속 중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