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노믹스 가속… 엔·달러 환율 90엔 임박

통화왜곡·인플레 등 불안감 동반 확산<br>22일 금융회의 '엔저 지속 여부' 시험대


일본 정부가 11일 20조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확정하고 일본은행(BOJ)이 오는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아베노믹스'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면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90엔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가 목표 달성시기가 장기화돼서는 안 된다"며 일본은행에 대한 압력의 고삐를 한층 조이며 엔화약세를 부추겼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일본 경상수지가 1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점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가 이어지는 요인이 됐다. 재무성은 이날 지난해 11월 무역수지가 대중 교역 악화로 8,475억엔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경상적자도 현행 기준 통계가 작성된 이래 두 번째로 큰 2,224억엔 규모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베 정권의 통화정책 개입 의지가 확고한 만큼 당분간은 엔화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에노 야스노리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일본은행 차기 총재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게 될 오는 2월 말까지는 엔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차기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나 고용 극대화 등 정책적으로 정부와 생각이 일치하는 인물을 뽑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가치에 대한 눈높이는 날로 낮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4ㆍ4분기 엔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당초 달러당 90엔에서 100엔으로 대폭 상향 조정(엔화가치 약세 전망)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입김으로 엔저가 가파르게 진전될수록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금융완화가 실행되거나 아베노믹스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만으로 급진전된 지금의 엔저는 그만큼 큰 실망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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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베노믹스에 대한 호감 때문에 엔화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베 정권의 정책이 완만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도쿄의 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하락한 -0.6%를 기록했고 일본의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도 올봄 임금을 인상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데이비드 블룸 HSBC 외환전략가도 "정책이 명백한 실패로 돌아갈 경우 엔화가치는 올해 말 달러당 75엔으로 급등할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일본은행이 얼마나 아베노믹스에 적극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FT는 일본은행이 지금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협상을 위한 일시적 전략일 수 있다며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이 실망스러운 메시지를 던질 경우 엔화의 약세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베 정권이 중앙은행을 장악하고 엔저를 가속화해도 리스크 요인은 남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치가 금융정책에 영향력을 강화할 경우 정책 왜곡은 물론 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정부의 빚보증을 선다는 불신감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시장자유화를 거부한 채 통화가치를 낮추는 데만 골몰하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의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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