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현대家의 뚝심…유럽 금융 심장부 파고들었다

●현대캐피탈 영국 법인 출범<br>스페인 산탄데르와 손잡아<br>자동차 금융 컨설팅 넘어<br>실질적 할부금융사 발돋움

정태영(왼쪽) 현대캐피탈 사장과 마그다 살라리치 산탄데르소비자금융 사장이 지난 13일 영국 레드힐에 위치한 현대캐피탈 영국 본사에서 열린 출범식 후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지난해 7월 중순 현대캐피탈 본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견학단이었다. 당시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트위터에 이런 문구를 남겼다.

"한국에서 금융사업을 하며 이렇게 쟁쟁한 외국 선수들이 견학을 올 거라고는 단 1%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인생은 모르는 거다."


그의 흥분은 현실로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산탄데르그룹과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영국'이 정식 출범했다고 15일 밝혔다. 초기 자본금은 2,000만파운드(한화 약 360억원)로 현대ㆍ기아차그룹과 현대캐피탈이 지분 50%를, 나머지는 산탄데르소비자금융이 보유한다.

이번 영국 진출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산탄데르와의 파트너십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4년 GE캐피탈과 함께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를 출범시킨 후 큰 성공을 거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HCA의 성공은 강력한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가 가장 효과적인 해외진출 방식이라는 점을 증명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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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제2의 GE캐피탈'을 찾기 위해 유럽 주요 은행과 접촉했고 마침내 산탄데르소비자금융 파트를 만났다. 산탄데르는 유럽 최대 은행으로 금융위기 국면에도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펀더멘털이 우수한데 합작 파트너인 소비자금융 파트는 모은행보다 신용등급이 더 높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이 관계자는 "산탄데르는 선택과 집중 전략,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등 현대캐피탈과 비즈니스 철학이 유사하다"며 "특히 소비자금융 파트는 유럽의 대표적 자동차금융 강자로 우리에게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영국이 현지인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많은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했지만 이들의 업무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지원에 머물렀다. 산탄데르와 함께 2009년 설립한 현대캐피탈 독일의 주된 업무도 아직까지는 자동차금융 컨설팅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실질적인 할부금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현대캐피탈의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영국 자동차시장에서 포드ㆍGMㆍ폭스바겐에 이어 판매량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현지 여건도 우호적이다.

특히 영국은 현대캐피탈 같은 전속금융사에 최적의 영업지역이다. 영국에서는 신차 구매고객의 90%가 자동차금융을 이용하는데 그 중 전속금융사를 이용하는 비중이 2005년 55%에서 2011년 74%로 급성장했다.

현대캐피탈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영국 내 판매량은 연 12만대 이상이어서 현대캐피탈 영국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 전역의 현대ㆍ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할부금융은 물론 현지 자동차 딜러들에게 안정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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