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7兆 선박펀드… 배값 산정 등 난제 많아 진통 예고

SPC등 다양한 구조로 얽혀 계산 복잡<br>매입대상 선박 선정문제도 의견 엇갈려<br>투자가치 미미… 출자자금 모집도 숙제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은행권을 통해 선박펀드를 만들어 해운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선박금융의 이해당사자인 채권은행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극 나서도록 한 것이다. 국내 선박이 헐값에 해외에 팔리지 않도록 캠코가 일부 매입은 하지만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채권 은행들도 배를 매입해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출자자를 설득하는 문제와 ‘어떤 배를, 어떤 가격에, 어떤 방식으로 매입하느냐’ 등 구체적인 운용방식도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도 나서지만 은행도 적극 나서라=정부는 지난 3월5일 부실징후 해운사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이 오는 5월 초까지 해운사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업체별 구조조정 계획을 전제로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동시에 선박투자회사(선박펀드)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선박이 해외에 헐값에 팔리는 것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만큼 채권은행도 적극 나서도록 요구했다. 일단 정부는 캠코가 30%를 출자하는 2조원에서 4조원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펀드 규모가 2조원이면 캠코 출자금은 6,000억원, 4조원이면 1조2,000억원이 된다. 나머지는 은행이 60%(30%는 출자전환, 30%는 신규 출자), 민간투자가가 10%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출자자금 모집이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17만톤 벌크선 한대 가격이 1,000억원 정도 하는데 40대만 구입해도 4조원이 된다”며 “매입할 배는 많지만 투자할 투자자는 많지 않아 투자자금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도 시장에서 배를 팔면 60%는 회수할 수 있다”며 “60% 출자전환하고 5년 후에 받으면 손해가 나는데 누가 응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선박금융 규모가 큰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거래기업의 선박을 매입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산업은행은 1조원에서 2조원, 신한은행은 7,000억원에서 8,000억원 규모다. 국민은행은 “거래기업으로부터 매수할 만한 선박은 없지만 일단 다른 은행들 상황을 봐가며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입대상 선박 선정, 매입가격 등 난제 산적=부실 해운사 구조조정을 위한 선박펀드 운용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선박은 특수목적회사(SPC) 등 다양한 구조로 돼 있어 부동산이나 부실채권보다 가격산정이나 매입과정이 복잡하다. 여기다 매입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문제를 두고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까지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선 선박회사는 시가보다 높게 배를 사달라는 입장이고 건조 중인 배도 매입해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캠코는 시가에서 매입하고 건조 중인 배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선박회사의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지금 배를 팔아도 60% 이상은 건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 매도해 현금을 챙길 수 있는데 굳이 시장가격에 팔면서 펀드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건조 중인 배는 가격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확정된 가격으로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결국 선박펀드의 핵심은 어떤 배를 얼마에 살 것이냐의 문제”라며 “선박펀드가 배를 한척, 한척 구매할 때마다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