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창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 창조자들, 폴 존슨 지음, 황금가지 펴냄<br>기존화풍 벗어던진 피카소, 현대미술 선도<br>디오르는 불황기 고가전략으로 패션 거장에<br>모방·선택과 집중·성실한 장인정신도 중요


1-파블로 피카소가 1907년 발표한 '아비뇽의 처녀들'. 피카소는 자연과 재현에서 벗어난 선형 분석을 이 작품에 처음 도입해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크리스티앙 디오르가 1951년 가을 컬렉션에서 선보인 '뉴룩'의 실루엣. 디오르는 "어쩐 일인지 그 스타일은 담비 모피로도 불가능한 어떤 계급 의식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3-많은 창조자들은 과거에서 영감을 얻곤 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건축가 A.W.N. 퓨진은 고딕 양식을 부활시켜 런던 국회의사당을 복원했다.

요즘 국가 지도자와 대기업 총수까지 나서 창의성을 외치지만 창조적 성과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기란 말처럼 쉽게 않다. 베일에 쌓여 있는 창조는 명쾌하게 해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ㆍ토니 블레어의 고문을 지낸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14세기 초서에서 20세기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업적을 남긴 예술가 17인의 삶을 통해 창조성의 근원을 추적한다. 창조에 정답은 없지만 거장들의 숨겨진 행적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창조에도 전략적 접근 필요= 흔히 창조적 과정에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저자는 창조자들은 저마다 전략과 무기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파블로 피카소와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꼽는다. 피카소는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에서 정통 회화를 추구하던 시기에 카사스 같은 대가에 밀려 주목을 끌지 못했다. 새로운 무대를 찾아 최첨단 유행도시 파리로 옮긴 피카소는 기존 화풍을 벗어 던지고 20세기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존슨은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대가로 성장한 원동력은 순수한 창작물의 가치에서 비롯됐다기 보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끊임 없이 바꿔나간 탁월한 전략적 선택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전략적 선택도 단연 돋보인다. 디오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최악의 불황기에 값비싼 원단을 아낌없이 써서 ‘뉴 룩(New look)’을 내놓아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가 됐다. 디오르는 “부자들이 다시 부자라고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며 검약과 평등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에 반기를 들어 성공했다. ◇창조적 모방, 선택과 집중= 창조자들은 늘 과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영국의 건축가 A.W.N. 퓨진은 고딕 양식을 부활시켜 런던 국회의사당을 복원하는 등 눈부신 결과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인 발렌시아가도 벨라스케스나 마네 같은 화가의 작품 속에서 여성들의 옷차림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방에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창조적 성과도 적지 않다. 화가인 터너와 호쿠사이는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주목 받지 못하던 회화 장르인 풍경화에 몰두해 거장 반열에 올랐다. 존슨은 “제인 오스틴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쓸 수 있는 중상류 사교계를 중심으로 소재를 한정해 이야기의 경제성을 획득했다”며 “오스틴의 소설은 시골 목사관 위층에서 언니 커샌드러와 한 방을 쓰면서 주변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들을 공유하며 겪었던 일상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성실한 장인정신이 창조의 밑거름= 일부 창조자들은 투철한 직업의식과 평생에 걸친 피나는 연습과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성직자 처럼 경건한 소명 의식으로 일하며 작품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 넣은 장인으로 꼽힌다. 북유럽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뒤러는 성실한 자세로 작품에 매진한 탓에 손에는 판화 작업 중에 생긴 온갖 상처와 아물지 않은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창조자들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대상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창조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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