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맥주는 세금을 마신다

安炳璨(경원대 교수)술과 사람은 먹고 먹히는 관계이다. 술을 알맞게 먹으면 약이 된다. 사람은 약이 된다면 나무한테도 술을 먹인다. 며칠전 교외에 사는 친구가 조경사에게 병든 석류나무를 치료할 농약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막걸리 한되에 테라 마이신정제 열알을 섞어 나무에게 먹이라고 처방해 주더라고 했다. 반대로 술이 사람을 먹고, 술이 술을 먹는다. 이때는 술이 과해 독이된다. 이처럼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이중성때문에 사람은 술에 도취한다. 그만큼 술의 사회성은 강력하다. 이번주도 술이 관계된 소식이 이어진다. 대학의 성년식에서 또 사고가 났다. 레슬링 주니어 국가대표가 술을 마신후 교내 분수대에 뛰어들었다가 다쳐 선수생활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술에 도취하여 일어난 비운이다. 미국과 서구가 주도하는 세계무역기구체제가 시장경제에 가하는 압력으로 국내 주류시장은 요통을 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맥주3사가 재정경제부에「맥주세율 개정건의서」를 냈었다. 맥주업계는 국민건강을 내세운다. 도수 낮은 술에 낮은 세율을 매기는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맥주세율을 현행 130%에서 최소한 위스키주세율인 100%보다 낮은 75%로 인하해야한다는 것이다. 맥주3사는 높은 세율을 가리켜 「맥주가 세금을 마시는 꼴」이라고 표현한다. 맥주업계는 전체 주류시장규모 (98년 5조2,780억원)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것이 2조 8,480억원임을 들어 맥주가 선두「대중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돌아간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판정이다. 맥주3사가 작년에 맥주가를 담합해서 인상했다하여 과징금(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재정경제부는 지난주 소주의 세율(현재 35%)을 외래주인 위스키세율(100%)에 맞추어 올리기위해 주세법을 바꾸겠다고 했다. 소주업계는 소주가 서민주요 대중주일뿐아니라 「국민주」라고 주장하며 펄펄 뛰고 있다. 주류시장의 갈등은 세계무역기구의 세력을 업은 위스키업계, 토속주의 자부심을 내세워 침공을 막겠다는 소주업계, 저도주인데도 세금만 먹는 것이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맥주업계로 3파전을 벌인다. 술은 가장 일상적인 생활을 만든다고 여겨진다. 국내 사회학계에도 술문화같은 대중의 삶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연구하자는 학파가 나왔다. 술의 일상성도 분석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을 들으니, 주류시장의 세율다툼에 더욱 관심이 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