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녹색산업 성패, 융합에 달렸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녹색이라는 이미지가 낯설지 않다. 네덜란드의 어느 기차역을 가봐도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몇 겹으로 세워져 있고 도로의 절반 정도 폭으로 설치된 자전거도로에서는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몰고 다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의 국제적 리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녹색성장 정책이 환경 선진국들의 녹색정책과 차별화되는 근거는 녹색산업화에 있다.

자동차, 기계·전자 융합기기로 변모

녹색산업은 거대한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먹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 분야의 세계 성장률이 5% 안팎으로 포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 녹색산업은 향후 10년간 185%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주춤해졌지만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경우 지난 2010년 712억달러에 불과한 시장이 오는 2020년 1,136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풍력과 바이오 연료 부문도 비슷한 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달리, 녹색기술 개발과 산업화만큼은 세계 모든 나라가 적극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따라 CCS 사업을 위한 FutureGen2.0 프로젝트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5%로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도 신재생에너지 대체율을 2020년까지 18%, 2050년까지 60%로 확대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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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9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표명한 것처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5년간 녹색성장에 투입하고 있다. 중점 녹색기술의 하나로 표방된 전기자동차 부품들은 또 다른 대표적 녹색기술인 고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고출력 발광다이오드(LED), 전력반도체 등의 장착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 부품들은 다시 세부 융합기술의 집합체로 구성된다. 전기자동차 생산 원가의 30% 정도를 배터리가, 배터리 가격의 25% 정도는 배터리 모듈의 효율적 구동을 위한 전자제어 시스템이 차지한다. 소규모의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요즘 국내 대기업들과 굴지의 외국 조명회사인 오스람 간의 특허전쟁이 불거진 LED 헤드램프 역시 전자ㆍ광학ㆍ기계ㆍ소재 분야의 총체적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산업이 더 이상 단순한 기계산업이 아니라 융합적 성격의 전자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미래의 자동차는 가장 친환경적인 녹색기술과 인지과학ㆍ감성공학을 기초로 한 창조적 디자인이 융합된 형태로 개발될 것이다.

녹색산업 평가·지원시스템 구축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녹색산업의 단위 원천기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편이다. 하지만 미래의 싸움은 이러한 단위 기술들을 적절히 융합해 파생되는 융합적 녹색산업의 구현에 달렸다. 융합적 녹색산업 선점을 통한 특허권 확보는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리드 패러티에 도달하지 못한 대부분의 녹색산업에 대해 자발적 시장경제에서 생존력을 가질 때까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미래 녹색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지원하는 특별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녹색성장 주도국가로서 녹색 DNA와 우리가 가진 우수 IT 인프라를 융합한 GIT 강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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