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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빈곤이 불러온 질병, 비만… 선진국 음모 숨어 있었네

■강요된 비만(프란시스 들프슈·베르나르 메르<br>엠마뉘엘 모니에·미셸 홀스워스 지음, 거름 펴냄)




설탕·밀가루 등 고열량 식품 미국·유럽연합 수출로 처분

가난한 나라에 뚱보 더 많아


정크푸드 먹지 않을 수 없게 강요하는 구조적 환경도 원인


예전에는 살집이 통통하게 있어야 귀태(貴態)와 부(富)티가 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후덕함과 부유함의 상징이었던 살은 이제 비만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적'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고 실제로 비만은 전염병을 제치고 가장 위험한 질병으로 대두됐으며, 매년 약 280만 명의 성인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사망할 정도로 비만은 전 세계 사망 위험요소의 5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주의가 조장한 식습관에 대한 경고를 보여주는 현대미술가 김기라의 작품 '스릴 라이프(Srill Life).
흔히 풍족할수록 비만이 되기 쉽다는 생각과 달리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 인구가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경제 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가장 빈곤하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 즉 비만은 가난이 불러온 질병 중 하나다. 왜 가난한 나라에서 비만율이 높을까? 그리고 이 같은 비만이 비단 개인의 자기관리 부족에 기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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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영양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세계적인 비만의 위기와 함께 '비만을 유발하는' 오늘날의 먹거리와 식품산업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뚱뚱해지는 이유는 과일이나 채소를 고루 살 돈이 없는 대신 설탕ㆍ밀가루ㆍ기름ㆍ가공식품 등 값싸고 열량 높은 음식을 먹어 포만감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싼 식품을 사게 되는 것 이면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음모'가 있다. 이들은 농산물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쌓여가는 설탕ㆍ곡물ㆍ동물성지방을 '수출'로 처분하기에 이르렀다고 책은 주장한다. 이들 농산물이 전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가 현지인의 식습관을 바꾸고, 비만을 초래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난하다'는 비만의 역설이 탄생하게 된 것. 비만은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빈곤이 불러오는 질병인 셈이다. 그 배경에는 명백한 사회경제적이며 구조적인 요인이 숨어있다.

저자들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ㆍ가공ㆍ유통돼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지를 추적했다. 거대 유통업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전 세계 식품체제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슈퍼마켓 등은 소비지향적인 가공식품을 내놓고 '먹지 않을 수 없게' 강요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저자들은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한다. 비만이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구조적 환경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들은 비만을 극복할 근본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선 '더 많이 먹고 운동은 덜 하라'고 설득하는 우리의 환경이 원인 제공자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또 "먹거리의 생산ㆍ판매ㆍ소비 방식을 이해하고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로 깨달아야 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정크푸드에 비만세를 부과하거나 유해식품의 광고는 엄격히 규제하는 방법,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도시 재설계와 운동 장려, 슬로푸드 운동 확산 등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1만6,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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