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서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금융위 체제로 바꾼 지 5년 만에 또다시 통합 문제가 거론되니 벌써부터 감독 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지는 등 적잖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가계부채나 하우스푸어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자면 일사불란하게 대응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감독기관이 사사건건 충돌하며 밥그릇 싸움이나 일삼고 있으니 볼썽 사나운 일이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마다 효율적인 금융감독 시스템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도 지금처럼 감독업무가 중복되고 정책결정 구조도 엉거주춤한 상태로는 가계부채나 금융투명성 확보 등 숱한 현안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의 핵심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기능분리 및 조직의 안정성 확보 방안에 맞춰지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른 백가쟁명식 논쟁만 난무하며 좀처럼 원만한 해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은 기본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산업을 제대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기보다 금융산업 발전이나 창의성을 북돋워 산업지원을 촉진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부처 간 샅바싸움이나 로비 공세에 밀려 본질이 흐려지거나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삼모사식의 금융감독체계로는 선진 금융산업을 기대하지 못한다. 과거의 개편사례와 함께 금융감독의 직접적 수요자인 시장에서 진솔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 시장의 현자들만큼 정답을 알고 있는 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