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경련 해체론은 자초한 것

지난 25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2012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선 유력 주자들이 앞다퉈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재계의 대변자인 전경련이 어떤 주장을 내놓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포럼기간 내내 경제민주화에 대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직접적 비판은 들을 수 없었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대중의 표심을 의식한 인기 발언에 일일이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간접발언이 고작이었다. 그 대신 전경련은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강연자로 내세워 "선거를 앞두고 경제가 정치화되고 있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남의 입을 빌려 하는 전경련은 용감하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재계단체와 견줘도 부족함이 크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주 제주포럼에서 "경제민주화는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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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전경련을 보는 각계의 시선이 좋을 리가 없다. 밖으로는 정치권과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서 전경련 해체론을 들먹이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불만도 크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사이에서 회비 불납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대표 격인 전경련이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재계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이끄는 전경련 사무국이다.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는 강도가 높아지는데 전경련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기업들 사이에서 크다. 정 부회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 외면하는 허 회장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를 대변해야 할 전경련이 스스로 말하지 않고 또 다른 대변자를 내세우는 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전경련 해체론은 전경련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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