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원섭 개인전] 이야기를 위한 이색공간

전시장에 20여M에 달하는 두루마기가 등장한다. 작가가 용을 써서 휘갈린 여러 형상과 거친 색감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두루마기이다. 불규칙하게 뜯겨진 회화작품들도 함께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목은 중앙의 원형공간에 작가가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시장을 찾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이다.신원섭씨(44)의 독특한 개인전이 7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마련된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두루마기에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연히 그 두루마기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거리가 등장한다. 익살스런 눈초리, 요상하게 생긴 도롱뇽 등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작가가 전시장 한복판에 버티고 있으니 이것은 분명 한판 신명난 굿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신원섭의 전시공간은 견고한 외형을 유지한다. 두루마기는 빈틈없이 채워진 그의 다른 작품들과 야릇한 긴장을 유지한다. 「그리움」 또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의 캔버스 작품에는 동물과 식물들이 서로 뒤엉켜 있으면서 멀고 가까움의 이분법이 무시되어 있다. 그는 가까이 있는 것들을 순간 멀리 보내고 다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약간은 익살스런 작가의 공간은 해학을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것들을 또 불규칙한 다면체로 전시하는 대목에서는 작가가 「왜?」라며 시작되는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작가 신원섭의 전시공간은 시골 장터의 떠들석함을 그대로 전이해 놓으려는 일종의 음모이자, 새로운 광장의 터를 준비하려는 욕심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용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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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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