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3 기로에 선 금융기업] <2부> 새 성장 비전을 찾는다 ② 은행 고객 빼고 다 바꿔라

이자 의존도 줄이고 트랜잭션뱅킹·틈새시장 뚫어라<br>은퇴상품·스마트금융 등 새 수익원 발굴<br>인프라 수요 많은 신흥국 PF시장 관심을


"현재 우리는 '금융산업의 빙하기'라고 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 주변에 짙게 드리운 안개가 언제 걷힐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내 금융산업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의 뉴노멀(New Normalㆍ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 시대에 들어섰다. 올해 초 금융지주 회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언급한 금융환경 변화는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해마다 위기를 강조해온 은행장들도 "올해만큼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저금리ㆍ저성장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데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아서다. 가계부채와 부실대출 처리 문제도 눈앞에 산처럼 버티고 있다. 또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받쳐줄 신규 수익원을 찾는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저성장ㆍ저금리의 파고를 넘으려면 내실을 다지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객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꾼다는 각오로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조언도 한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세부 논의는 부족했다"며 "이제는 변화를 위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실강화와 체질개선 나서야=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 지금까지 이자마진에 의존해온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시중은행들이 내실을 다지고 체질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은 얼마나 떨어질까.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보면 오는 2017년 경제성장률이 1%로 하락하고 기준금리도 1.75%로 낮아질 경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8조5,000억원)의 16.5% 수준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10년 뒤인 2022년에는 5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입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실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먼저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경영효율화를 꾀하고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영업전략을 펴는 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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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이익 확대도 시급하다. 각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확대하거나 유가증권 등의 운용수익률을 높여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과의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거래로 수수료 수입을 키울 수 있는 트랜잭션뱅킹(transaction banking)은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만한 대안으로 꼽힌다. 변현수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유동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등장함에 따라 트랜잭션뱅킹 서비스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선진은행들은 트랜잭션뱅킹을 고수익 창출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수익원은 저성장ㆍ저금리 터널 비상구=신규 수익원은 저성장ㆍ저금리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수익원 창출은 은행권에서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대비한 은퇴상품 및 서비스 개발 ▦1인 가구나 외국인 고객 등 틈새시장 개척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ㆍ게임 등과 연계한 소통형 금융상품 개발 ▦해외진출 전략 보완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김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의 은퇴, 저출산율,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금융수요 변화에 대응해 고령자 대상의 금융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준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퇴직ㆍ개인연금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과거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1인 가구 시장이나 외국인 고객 등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모바일 결제와 스마트 금융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신규 금융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이뤄져야 한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수익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국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변 연구위원은 "글로벌 은행이나 일본 대형은행도 아시아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라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신흥국 인프라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므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책임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맞물려 고조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ㆍ영세사업자 지원과 가계부채 문제 해소, 서민금융 및 소비자보호 확대 등 은행의 공적 기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새판짜기 작업대에는 서민금융이 중심에 놓여 있는 만큼 은행권의 발 빠른 움직임이 요구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나 수수료 감면 등 은행의 공익적 기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면서 "서민지원과 사회적 책임활동의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고객 신뢰 회복도 병행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은 지난해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응답자의 44%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답해 중국의 30%, 일본 28% 등과 비교할 때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따뜻한 금융, 참금융 등 은행들이 고객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뢰회복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변화를 통해 고객의 믿음을 얻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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