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심성 예산·묻지마 투자에 발목… "100여곳 디폴트 가능성"

[글로벌 포커스] 미국 지자체 잇단 파산, 국가재정 위협 암초로



벌써 100여곳이… 상상초월 위기 덮친 美
선심성 예산·묻지마 투자에 발목… "100여곳 디폴트 가능성"[글로벌 포커스] 미국 지자체 잇단 파산, 국가재정 위협 암초로

노희영기자 [email protected]

























과도한 복지정책 등 영향 2008년 이후 13곳 식물정부로연금지급액 3조달러 부족… 공공부채 위기로 확산 우려뒤늦게 비용절감 나섰지만 경찰인력 등 무리한 감축에범죄 급증·공공시설 낙후… 부작용 잇달아 시민 불안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800만달러를 들여 신축한 콘서트홀의 개막을 기념해 유명 가수 닐 다이아몬드를 초청했다. 1만명의 시민들이 다이아몬드의 히트곡 '스위트 캐롤라인'을 듣기 위해 들인 비용은 100만달러였다.

이처럼 선심성 예산 낭비를 일삼던 스톡턴시는 지난달 28일, 미국 역사상 파산보호(챕터9) 신청을 한 가장 큰 도시(인구 기준ㆍ29만명)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문제는 이처럼 혈세를 흥청망청 써대다가 경기 침체로 재정난에 빠진 미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스톡턴시 외에도 많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스톡턴이 지자체 연쇄 파산의 전초전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적으로 지방 정부의 파산이 일어나면서 국가 전체의 재정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자체 파산신청 도미노= 미 지자체들의 파산 신청은 이미 줄을 잇고 있다. 스톡턴시에 이어 지난 3일과 11일에도 인구 8,200여명의 소규모 스키 휴양 도시 캘리포니아주의 매머드 레이크시와 인구 20만명의 샌버나디노시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최근 한달 새 3건이 발생했다.

로스앤젤레스 역시 경찰관들에게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가 31억3,600만달러의 지방채를 갚지 못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전까지는 1994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17억달러로 최대였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인 해리스버그가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지자체는 45곳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에만 13건이다. 앨라바마주의 프리처드시와 오클라호마주 모펫 타운, 일리노이주의 워싱턴파크 빌리지, 텍사스주 웨스트민스터시 등은 파산을 두 차례씩 한 재수생이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무려 4,000여개의 지자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기도 했다.


◇선심성 예산 낭비ㆍ묻지마 투자가 원인= 파산신청을 하거나 파산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은 공통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선심성 예산 낭비와 과도한 복지정책, 묻지마식 부동산 투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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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파산 지자체들이 부동산 붐이 일 때 앞다퉈 무리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재정이 악화됐다. 지난해 8월 파산 신청을 한 로드아일랜드주의 소도시 센트럴 폴스는 연 예산의 4배 가까이 불어난 공무원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 CNBC방송은 "스톡턴시의 파산보호 신청은 지자체 재정 리스크에 대한 경고 신호"라면서 지자체들의 공무원 연금 및 건강보험제도 부실화를 우려했다. 조슈아 라우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 부교수는 "지방 정부의 연금 적립 부족액이 3조달러에 달한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공공부채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산보호를 신청했거나 파산에 임박한 지자체들은 재정 건전화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무리하게 비용 삭감을 하다가 치안이 불안해지고 공공시설이 낙후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톡턴시의 경우 지난 2009년 경찰 25%, 소방관 30%, 일반 공무원 22%에 해당하는 인력을 정리해고한 이후, 살인 범죄율이 인구 10만명당 58명으로 캘리포니아주 도시 중 세번째로 높이졌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악의 도시'에 2번이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퍼슨 카운티는 파산 이후 교도소 간수 월급을 주지 못해 감방 2개 중 1개는 문을 닫았고, 경찰은 시간 외 수당이 끊기자 음주운전 단속이나 길에 쓰러져 죽은 동물을 치우기를 거부하는 등 파행이 잇따랐다.

◇"지자체 100곳 디폴트, 수천억달러 손실" 경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씨티은행과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문제를 지적해 유명세를 탄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는 지난 2010년말 지자체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50~100곳의 지자체가 디폴트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손실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미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 총액은 3조달러 정도로, 연방정부의 국채 발행 총액 15조달러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또 1만2,000여개의 지자체 중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정크'(투기) 등급을 매긴 지자체는 30개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연방정부의 경우 채무 만기가 돌아와도 5~10년 이후로 상환 연기를 하기 쉽지만 지방채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그리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못 미치지만, 유로존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타임지는 "지자체의 파산 위험은 연방정부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훨씬 적지만 시간상으로는 훨씬 가까이에 있다"면서 "지자체에게 데드라인(마감시한)은 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내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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