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산업혁명은 '가진 者'만 배불렸다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그레고리 클라크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br>4∼5배였던 계층간 빈부격차가 최근 40배로 벌어져<br>지배층 인구 증가를 서양 급속 발전의 원인으로 꼽아


고전경제학파를 대표하는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인구론’에서 인구가 생존 가능한 규모를 초과하면 생산력이 증대해도 성장은 한계에 봉착한다고 했다. 맬서스의 이론은 1800년대 산업혁명 시기 이전까지는 꽤 설득력을 얻었다. 허나 맬서스의 이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기현상이 영국에서 벌어졌다. 1770년부터 1860년 사이에 인구가 3배로 증가하고 실질 소득도 함께 증가했다. 인구가 증가하면 기술진보로 인해 증가된 소득은 늘어난 인구가 이내 까먹고 만다는 이른바 ‘맬서스의 덫(Malthusian Trap)’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구닥다리 이론이 돼버렸다. 맬서스의 덫은 왜 오랫동안 인류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을까, 산업혁명은 왜 중국이 아닌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이론으로 무장한 경제학자들에게도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산업혁명에 대해 그레고리 클라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자 교수는 맬서스의 인구론으로 실마리를 풀어낸다. 안정된 경제체계가 출현한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의 발전 속도라면 산업혁명은 더 빨리 일어났을 법한데 수천년이 지난 1800년에 와서야 일어난 데 대해 경제학자들은 뾰족한 이론이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는 클라크 교수는 1790년 무렵부터 영국에서 두드러진 효율성의 증가 현상과 이례적으로 늘어난 영국의 인구증가에 주목했다. 여기에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쌓여온 기술ㆍ교육ㆍ문화적 가치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수천년 동안 쌓인 인류의 지식이 물컵에 물이 흘러내리듯 한꺼번에 터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서양보다 위생관념도 철저했으며, 환경도 깨끗하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동양이 아니고 하필 서양일까. 또 산업혁명으로 서구사회만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이른바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동양이 뒤쳐진 게 아니라 서양의 발전속도가 워낙 급진적이었다고 설명한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서양의 지배층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동양은 세습체재로 인해 지배층 인구가 오히려 줄어든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서양은 그 동안 쌓여있던 기술과 문화가 폭발하는 시점에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 노동력과 생산성이 이를 뒷받침해 줬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영국발 산업혁명은 이전보다 계층간의 빈부격차를 더 벌려놓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빈부격차는 4~5배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0배가 넘는다는 것. 뒤쳐진 빈국은 갈수록 노동의 질이 떨어지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도 뒷받침이 되지 않아 그 격차는 벌어진다. 서양 중심으로 현대 경제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다. 저자는 고문서 보관소를 직접 뒤져가며 수집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산업혁명의 원인과 현대 경제의 발전과 모순을 500여 페이지에 풀어낸다. 2007년 출간된 책은 고요한 학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면서 저자를 스타로 만들었다. 그의 이론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자들은 그러나 방대한 스케일의 연구와 명확한 이론적인 틀 그리고 구체적인 실증적인 증거를 뒷받침하는 책에 대해서만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부의 이동과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 문제에 관한 해법은 내 놓지 않는다. 별다른 답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신 부국이 빈국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빈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직접적인 원조보다 낫다고 말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를 패러디 한 책의 원제(A Farewell to Almsㆍ‘원조는 이제 그만’)에는 경제학자로서의 자조 섞인 냉소가 담겨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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