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만성불황' 시대의 소비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재정위기 등 각종 경제 악재가 쉴새없이 등장하며 만성 불황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따른 '내핍형 소비'행태로 변모하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경기 변화를 가장 먼저 피부로 체감하는 업종이다. 근래의 상품 소개 전단에는 '특가'로도 모자라 '초특가' '최저가'문구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세일률도 30~40% 선에서 50~60%까지 확대 일로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가격 경쟁은 '전가의 보도'처럼 불황기 비장의 무기로 꼽히는 마케팅 기법이다. 할인 전략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에게 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는 가격경쟁에 소비자들마저 둔감해지고 지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격은 싸지만 상품 질이 엉망이라면 고객 신뢰마저 잃어버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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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과도한 가격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지갑을 여는 두려움'을 없애주기에 적절치 않다. 소비에 심리가 미치는 영향은 경제 상황 자체만큼 큰 법인데, 초특가와 최저가로 도배된 매장에서는 불황을 더욱 실감하고 지갑을 굳게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객들에게 소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략이 부상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근거한다.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은 쇼핑에 공익적 요소와 훈훈함, 위트 등을 더한 다양한 고객 참여형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의 센터포인트몰은 쇼핑몰 내 비디오 갤러리에 자신의 꿈을 담은 영상을 소개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상금을 주는 이벤트를 매달 개최한다. 사람들에게 잊고 지내던 꿈을 다시금 깨닫도록 해주자는 취지로, 매번 솔직하고 감동 어린 사연이 올라오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호주의 브로드웨이 쇼핑센터는 고객들에게 1만달러를 나눠준 후 10분 내에 다 쓸 경우 우승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스페인의 아이슬라줄 쇼핑센터는 매장 한가운데서 맨 먼저 잠에 곯아떨어지는 고객을 뽑는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참여형 프로모션'은 쇼핑과 더불어 즐거움ㆍ성취감ㆍ만족감 등을 부여하며 불황 극복의 의지까지 북돋아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불황에는 다들 아끼기 마련이지만 경기 진작을 위한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소비 증대다. 모두가 어렵다는 시기에 다시 도래할 호황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끝 모를 불황도 어느덧 먼 산 너머로 지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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