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또 표류하는 우리금융 매각] 박근혜 입김에 유력후보 KB금융도 소극적… 추진 동력 사라져

KB금융, ING생명 입찰 참여로 유효경쟁 성사 가능성 낮아져<br>"매각여건 전보다 좋아졌는데…" 입찰 타진 IB 아쉬운 목소리도


3전4기를 노렸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세 번째 매각 시도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노조의 반대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우리금융 매각을 다음 정권으로 넘길 것을 제안하고 나선 게 결정적이다. 야권이나 여권 일부의 매각 반대 움직임은 있었지만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매각 흐름을 돌려놓는 주요 변수다.


여기에다 우리금융 인수의 유력 후보였던 KB금융지주마저 ING생명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매각의 유효경쟁 가능성도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입찰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어윤대 KB금융 회장 역시 입찰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매각이 무산됐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추동력이 확실히 약해진 것은 분명해보인다.

◇3전4기 노렸지만…"매각 추진 동력 사라져"=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을 들고나왔다. 당국은 "매각을 위한 조건(현금 주식교환)이 새로 추가됐고 금융시장의 흐름도 1ㆍ2차 때보다 좋은 만큼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이 역시 문제"라고 매각 당위성을 설파했다. 정권 말인 올해 매각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금융 매각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2~3년 후에나 가능하게 돼 우리금융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매각 관련 발언으로 3차 민영화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매각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자의 발언으로 우리금융 매각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3차 매각도 입찰 단계에서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1ㆍ2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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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도 ING생명 본입찰…우리금융 입찰 참여 가능성 낮아져=KB금융은 이날 ING생명 한국법인 본입찰에 참여했다. 우리금융과 ING생명 한국법인 입찰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KB금융으로서는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구세주가 된 셈이기도 하다. 더욱이 KB금융은 13일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최종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인수는) 언제든 상관없다" "최고경영자로서 급하지 않게 천천히 했으면 싶다" "축하 받으며 하고 싶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사회 등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다면 참여가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결국 13일 이사회마저 격론으로 끝나면서 KB금융은 참여 불가 쪽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예비입찰 당일 오전 중 회의를 열고 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그래도 예정대로 추진은 해야…"=우리금융 매각 가능성이 1ㆍ2차 때보다는 높다고 판단했던 금융당국은 다소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이나 사모투자펀드(PEF) 등의 입찰 참여가 예상됐고 입찰 예정일도 10일 남은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만들어지고 있던 매각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얘기다.

당국은 하지만 워낙 유력 대권 후보자의 발언인지라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래도 매각 추진은 예정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분위기는 얼어붙겠지만 매각일정을 발표한 만큼 일정에 맞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금융 입찰을 추진했던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현금과 주식교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각 방식이 추가된데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등 금융시장 환경이 바뀌어 솔직히 매각 여건은 이전보다 좋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유효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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